아침을 열며-골프, 내기의 상도
아침을 열며-골프, 내기의 상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17 16:5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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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
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골프, 내기의 상도

3월 말과 4월 초에 만개했던 벚꽃은 지고 잎이 파릇하게 돋아나고 있다. 아마도 1년 중 지금의 시절이 가장 싱그러울 때인 듯하다. 벚꽃뿐만 아니라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니까. 아쉬움이 있다면 연일 방송되는 황사만 잦아들기를 바랄 뿐이다. 며칠 전 강릉의 펜션 타운 화재는 5월 가정의 달과 올여름 장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때마침 불어닥친 태풍급의 강풍으로 인하여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로의 마음을 전하면서 우리 모두 건조한 날씨에 불조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4월의 골프장에도 꽤나 형형색색의 골퍼들로 붐빈다. 건강상의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골프를 접은 사람을 제외하고 골퍼들은 평균 월 2회 정도 골프장을 찾는다고 한다.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코로나 시기였던 2~3년 동안 올랐던 골프 비용은 그대로이지만 어쩌겠는가! 한번 올랐던 것은 다시 내려가기가 쉽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는가! 또한 자본주의의 수요과 공급의 법칙을 알고 있지 않은가! 합리적인 골프 비용의 적정 가격을 모색하여 외면받지 않는 양심 골프장이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골프를 치면서 내기를 한다. ‘내기’의 사전적 의미는 ‘금품을 거는 등 일정한 약속 아래에서 승부를 다툼’이다. 예를 들면, 내기 바둑을 두다, 내기 골프 친다 등이 될 것이다. 필자(筆者) 역시 골프를 시작하면서부터 이런저런 내기를 해봤기에 내기의 장단점을 훤하게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따라서 이즈음에서 ‘내기 골프의 상도(常道:항상 변하지 않는 떳떳한 도리, 항상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상도라고 하면 또 다른 의미의 상도(商道: 상업 활동에서 지켜야 할 도덕, 특히 상업자들 사이에서 지켜야 할 도리)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전자(前者)에 한한다.

첫 번째, 골프 타수(打數, stroke)는 본인이 알아야 한다. 골프 입문 15년의 내기에서 본인이 친 타수보다 더 많이 부르는 골퍼(golfer)는 매우 드물다. 예를 들면, 본인의 실제 타수가 더블보기(Par 4 기준, double bogey, 6타(+2))임에도 1타를 줄여서 보기(bogey, 5타)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중간에 버벅대거나 철퍼덕거린 기억은 기억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1타를 줄여서 말하는 것이다. 본인이 잘 모르면 동반자나 경기 도우미인 캐디(caddie)에게 물어보면 된다. 물어볼 때도 상도가 있다. 가급적이면 공손하게 물어보기 바란다. 공이 안 맞는다고 투덜거리고 인상 찡그리면서 “보기(5타) 맞지?”라고 물어보면 캐디가 뭐라고 하겠는가! 이는 분명 자신의 합리화다. 물어보면 귀찮으니 “네”라고 답한다. 그런데 당신 타수가 더블보기(6타)임을 동반자는 알고 있다. 그것도 초보자가 아닌 사람이면 왕짜증이다.

두 번째, 그린(green)에서 퍼트를 할 때는 본인이 라이(lie:공이 놓여진 상태, 좌우와 높낮이 등의 경사)를 보고 최종적으로 본인이 공을 놓고 쳐야 한다. 그런데도 캐디가 놔주길 기다린다. 아니 일부러 기다린다. 그런 후에 홀컵에 들어가지 않으면 치고 나서 경사가 어떠했니? 왼쪽이니 오른쪽이냐를 가지고 캐디에게 투덜거린다. 내기가 없는 명랑 골프에서는 본인이든 캐디이든 상관없지만 작은 내기라도 걸려있으면 반드시 본인이 직접 공을 놓고 쳐야 한다.

세 번째,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공을 치는 동반자의 시선에서 서 있지 말아야 한다. 특히, 어떻게 공을 치는지 보기 위해서 뒤에 서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좀 더 보태자면 공을 치는 주변에 서 있지 않는 것도 예의다. 동반자가 공치는 순간 옆에서 부스럭거리거나 작은 소음이라도 나면 스윙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몇 가지가 더 있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헤아리기를 바란다.

꽃가루가 날리기는 하겠지만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시절이다. 동반자와의 내기에서 상도를 발휘하여 깔끔하고 유쾌한 골프 내기 문화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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