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스피치-내목소리를 찾아가는테마여행(8)
맛있는 스피치-내목소리를 찾아가는테마여행(8)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26 16:0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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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
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내목소리를 찾아가는테마여행(8)

사람은 남 앞에 섰을 때 다른 사람보다 멋지게 말을 해서 칭찬이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반면 열등감이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나는 실패할거야”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우월감과 열등감은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다.

모든 사람은 성공하고 싶은 반면 자존심에 상처 입거나 주위로부터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은 두려워한다. 이와 같은 결과를 막으려고 의식이 작용하는데 이것이 곧 자의식 과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기대하고 있다. 그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이다.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 각계의 전문가, 유식한 사람 앞에 서면 아무래도 자의식 과잉이 되기 쉽다. 주목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열등한 경험이 자의식 과잉으로 남아 오랜 시간 큰 영향을 미친 H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H씨는 30년 동안 대중 앞에서 말을 한 적이 없다. 학창 시절 말에 대한 처벌로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오랫동안 안고 살았다. 사건은 중학교 국어 시간이었다. 수업 중 선생님으로부터 그날 배운 핵심 질문을 받았고 일어서 대답을 하려는데 혀가 굳어 말이 헛돌았다. 공부를 곧 잘했던 그는 선생님의 기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순간 온몸의 긴장으로 울컥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을 감추기 위해 쓴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것을 본 학급 친구들의 비웃음이 터졌다. 순간 웅성거리는 학생들을 보며 ‘조용히 하라’는 고함소리와 함께 담당 교사가 그를 앞으로 불러 회초리를 들었다. 수업의 분위기를 흐렸다는 이유로 급우들이 보는 앞에서 수십 대를 맞았다. 요즘 그랬다가는 큰 문제지만 그때는 학생을 훈육한다는 명분으로 체벌이 대체로 용납되었고, H씨는 병가를 내야 할 정도로 체벌을 당했다. 그 일은 H씨의 가슴속에 억울한 분노로 오랫동안 자리 잡게 되었다.

공부를 잘했던 H씨는 S대학교에 합격했고 나름 대학 생활 적응을 위해 노력했으나 조별 리포트를 작성하여 발표하는 수업은 너무나 괴로운 시간이었다. 그런 발표는 포기하여 D학점을 받기도 했고 장학금을 놓친 적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취업 관문에서 2차 면접은 늘 탈락이었다. 대중 앞에서 말을 못하는 불안증세로 인해 오랫동안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자신의 깊은 상처로 인해 다시 심리학을 공부한 H씨는 점성학과 타로 상담사가 되었다.

하지만 H씨는 1:1 상담은 가능하지만 대중의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여전히 두렵고 잘해야 한다는 자의식 과잉으로 온몸이 굳는 경험이 있어 인문스피치아카데미에 입문하게 되었다. 실제로 H씨는 남보다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데도 자신이 열등하다고 생각하며 잠재적인 열등감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이었을 때 남 앞에서 실수하여 크게 망신을 당하면 상처를 입게 된다. 어릴 적 받은 심한 정신적 쇼크로 인해 성인이 된 후에도 그 영향이 정신적 외상, 즉 트라우마로 인해 스스로를 소극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여기서 창피를 당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라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청중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남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중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자의식 과잉이 작동함으로써 평정심을 잃게 된다. 청중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평소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해두는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갔을 때 ‘나는 지금부터 이 사람들 앞에서 그냥 이야기를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청중 앞에 선 자신을 떠올리며 이미지 스피치를 하는 것이다. 시선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다 보면 타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도 커다란 공포심을 느끼지 않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다. 현재 H씨는 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에서 타로심리강사로 거듭나기 위해 교육 중이다.

배우기보다는 익숙해지는 과정을 몸으로 익힌다. 실전 연습으로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도달하면 성취감을 맛보게 되고 자신감도 생긴다. 데일 카네기는 자신감은 곧 공포에서 해방되는 것이라고 했다. 친절하고 애정의 마음으로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는 자존감을 키워준다. 삶의 궁극적인 동력의 출처는 나를 표현하는 것이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생각을 자연스레 표현하는 스피치, 나의 할 말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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