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환경 이야기-공포스러운 공간에서 불안감을 줄이려면
치유환경 이야기-공포스러운 공간에서 불안감을 줄이려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26 16:0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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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부산대학교 생활환경연구소 연구교수
오지영/부산대학교 생활환경연구소 연구교수-공포스러운 공간에서 불안감을 줄이려면

전 세계 인구의 76%는 도시에 거주하며, 삶의 95%는 실내공간에서 생활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도시환경과 실내환경의 영향력은 굉장하다.

일생을 살면서 방문해야 하는, 또는 방문해야만 하는 ‘공포스러운 공간’이 있다면 어떠한 곳이 있을까? 바로 병원일 것이다. 단순한 진찰과 복용약을 처방받으러 간다면 그다지 공포스럽진 않겠지만, 몸에 이상이 생겨 검진을 받거나, 치과에 가서 이를 치료한다거나, 성형수술을 한다거나 등등 아픔을 동반할 것만 같은 경우, 누구나 자연스럽게 공포를 느끼게 된다. 특히, 많은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기 전 병원 대기 공간에서 공포가 최고치에 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병원 대기 공간에서 환자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거나,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된다면 환자들의 심리적인 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주로 방문하는 치과를 떠올려 보자. 치과 의료기기에서 나는 무서운 소리(또는 바람소리), 치과에서만 나는 특유의 소독약 냄새, 나의 눈을 자극하는 치과 조명 등 치과에서는 모든 것이 ‘공포’로 느껴진다. 필자는 1년에 한 번 스케일링을 받으러 치과에 가곤 하는데, 치료받기 전 치과 베드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가 가장 공포스럽다. 옆 환자분이 아파하는 소리, 충치가 생기지 않았을까, 스케일링할 때 피가 많이 나겠지? 등등 모든 걱정과 염려가 나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공간인 치과 대기실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Lehrner와 그의 동료들은 치과 대기실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상큼한 오렌지향을 맡게 하면 그들의 불안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하였다. 그 결과, 여성 환자들에게 오렌지 아로마향이 불안 수준을 낮추고 긍정적인 기분과 평온함이 높게 나타났음을 발견하였다. 이 실험에서 사용한 오렌지 향은 인공향이 아닌 천연 에센셜 아로마 향이다. 이후 Lehrner는 추가적인 실험을 하였는데, 라벤더 향 또한 남녀 구분없이 불안을 감소시키고 기분 상태를 개선시킨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말하는 바가 무엇일까? 공포스러운 공간에서는 사람은 감각이 예민해진다. 감각 중에서도 후각은 가장 예민하고, 반응이 즉각적이다. 공포감을 느낄 때, 후각이 가장 예민해지고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낼 확률이 높다. 따라서 공포를 느낄만한 공간에 좋은 향기로 채운다면 공간사용자의 불안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일상 공간에서도 기분 좋은 향기가 나게 된다면, 스트레스와 불안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화학성분이 들어간 향은 몸에 좋지 않으므로 인증받은 제품인지 꼼꼼히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지나친 발향은 두통 및 재채기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본인에게 적합한 발향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자연에서 오는 향긋한 꽃향기, 싱그러운 풀 향기 등 자연을 누리며 자연에서 느끼는 향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요즘같이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계절에는 비염 환자들에게는 냄새를 맡는 것 자체가 고통과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므로, 각자의 신체 상태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 ‘향기 맡기’를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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