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중에 알게 된 은행나무의 은혜!(3)
기고-나중에 알게 된 은행나무의 은혜!(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26 16:0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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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소/함양군 독림가(篤林家)
박동소/함양군 독림가(篤林家)-나중에 알게 된 은행나무의 은혜!(3)

2021년도에 은행나무 사이사이에 심은 밤나무를 모두 폐목하였다. 그해 시행된 밤나무 폐목보조정책은 나에겐 아주 반가운 정책이었다. 안 그래도 은행나무에 지장을 주고 있어 베어내려고 하고 있었으나 막대한 작업비 때문에 미루고 있었던 일이었다. 밤나무는 그래도 년간 약1,0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안겨주고 있었는데, 소득 측면에서 보면 밤나무를 선택해야 하지만, 내가 키우고 싶은 나무는 어디까지나 은행나무이기에 과감히 밤나무를 모두 폐목하였다. 폐업지원 자금으로 이듬해 바로 은행나무 2년생 묘목 5,000본을 구입하여 폐목한 자리에 또 심었는데, 그때 가족들의 반대는 물론이고 주위 지인들까지도 이런 나를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가족들은 노인이 된 나의 건강을 걱정해서이고, 지인들은 그 나이에 뭣하러 하느냐는 이유이고 바보짓 이라는 것이다.

수확이 되는데는 대개가 이, 삼십 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게 임업의 특수성이다. 때문에 긴 세월 버텨야 했던 자금 압박은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했다. 또 아직 기계화되지 못한 수확 방식으로 인한 과도한 생산비는 그때마다 의욕을 떨어트렸다. 시행단계에 들어간 임산물 생산업 직불금은 은행농장 관리에 큰 도움을 주고 있고, 근래 산림탄소상쇄사업이 거론되는 등 산림의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은 기다림에 지친 대부분의 임업인들에게 큰 용기를 줄 것이라 생각된다.

얼마 전 어깨와 팔을 수술하여 농장에 가는 일이 옛날 같지 않다. 생각하면, 은행나무는 한창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 심은 사람은 연약한 노인이 되었구나 싶다. 600고지의 자연, 여든 셋의 긴 인생 여정! 거북등 같은 손등과 깊게 패인 주름진 얼굴과 그리고 눈부신 백발위로 어느새 가을 석양이 떨어지고 있었다.

은행나무는 오늘날 식량으로, 의약품으로, 화장품으로 우리들 곁에 있지만, 내가 죽더라도 500년, 1,000년, 오랜 세월 산업사회와 질 높은 삶에 필요한 각종 자원이 되어 세세연년 인간에게 보답할 것이다. 또 지구 온난화에 대비한 환경지킴이로서, 지구촌 허파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다 할 것이다.

동기 중에 재산 1,000억이 넘는 친구에게 나는 당당히 얘기하곤 한다. “쌀 100가마 기부보다 100배 이상의 기부를 나는 나무를 통해서 하고 있다고. 그리고 시간과 대상이 극히 한정되어 있는 당신의 기부에 비하면 내가 나무를 통해서 하는 기부는 몇백 년 이상이고 이 땅에 사는 사람 모두이다”라고.

은행나무야! 5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나의 인생을 30여년을 이어가게 해 주었구나. 이보다 더 큰 은혜와 감사할 일이 세상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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