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그때 쥐들과 벌였던 싸움(2)
도민칼럼-그때 쥐들과 벌였던 싸움(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30 15:4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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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그때 쥐들과 벌였던 싸움(2)

쥐들이 벽지와 벽 사이 틈을 오르내리는 소리가 신경을 거스른다. 저 죽을 줄도 모르고 잠자는 사자에게 수면을 방해하는 격이다. 호롱불을 밝히고 소리 나는 그곳을 주시한다. 벽지와 벽 사이 틈을 오르내리며 놈이 움직이는 동선을 조금은 파악할 수 있다. 잽싸게 손으로 눌러서 질식사시킨다. 벽지를 뚫고 꺼내 마당에 던져 놓으면 아침이면 두세 마리가 뒹굴 때도 있었다. 쇠죽을 끓이러 마당에 나오시던 아버지께서는 “굼벵이가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행구가 쥐를 잡는 재주가 있다.”라시며 신기해하셨다.

이렇게 방안에서의 싸움은 내가 이긴 듯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바깥 공간은 저네들 차지다. 겨울을 나기 위해 묻어놓은 고구마, 무 등 닥치는 대로 무차별 공격을 해댔다. 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다. 쥐약을 뿌리려고 생각했다가 애먼 가축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았다. 고심 끝에 쥐덫을 설치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쥐덫 작전이 통하는 듯하다가 이마저도 작전이 노출되었는지 설치된 미끼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병아리를 거느린 암탉이 치여 죽게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농사를 짓지 못할 형편이 발생해 휴전도 선포하지 못한 채 쥐들과 계속되던 싸움은 어정쩡하게 끝내고 말았다. 고향에서 이곳 진주에까지 쫓겨 와서 살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IMF 이후에는 마땅하게 할 일도 없었다. 조그마한 슈퍼를 차렸으니 쥐들과의 전쟁은 새로운 장소에서 다시 또 시작되고 말았다. 가게 안에 진열품들은 화장지 종류나 푹신푹신한 집 지을 소재들이 풍부했다. 라면, 국수, 과자류, 빵과 같은 온갖 먹을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동네 인근 쥐들이 가게로 몰려왔다. 제품들을 물어뜯고 이빨 자국들을 남기고 흠집을 내놓기 시작했다. 제품 회사에서는 유통기간이 넘은 것이나, 곰팡이가 생겼다든지 생산 과정에서 잘못된 제품만 교환해주니 물질적인 피해가 막대했다. 쥐 접착제와 쥐덫을 설치하고 쥐약을 놓아봤지만, 처음에 몇 놈들만 걸려들 뿐, 마치 나에게 항복을 받아내려는 듯 무차별 공격해왔다.

보복이나 하려는 것처럼 아무 곳에나 똥오줌을 싸대며 전화선이나 전기선 할 것 없이 줄이란 줄은 닥치는 대로 갉아 끊어놓질 않는가. 고심 끝에 알아낸 것이 밀가루처럼 하얀, 가루약이다. 쥐가 이동하는 길목마다 뿌려 놓으면 먹지를 않더라도 몸에 어느 부분 스치기만 해도 시나브로 죽게 되는 가루 약제였다. 그런데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은 틈새에서 죽게 되면 사체 썩는 냄새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이렇게 많은 쥐를 잡았지만, 워낙 번식력이 좋은 놈들을 진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은 쥐들에게 항복 선언을 하고야 만 것처럼 보였던 일이 있었다.

큰딸이 쌍둥이를 출산해 아내와 함께 육아를 맡아야 했다. 10년 가까이 운영하던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쥐들과 맞닥뜨릴 일이 없다. 엄밀히 따지면 무승부라 할 수 있지만, 쥐들로서는 자기들이 이겼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이처럼 저네들을 인정해주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공격하는 모양새처럼 보인다. 나라에서 쥐잡기 캠페인이라도 벌이고 할 때는 종족 유지를 위해, 더 무서운 속도로 번식해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해 날뛴다. 일찍이 조물주께서 만드실 때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쥐도 우리 인간들과 함께 창조하셨으니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분리해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적정선을 유지하면서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고양이, 뱀, 올빼미 같은 천적들이 쥐들의 개체 수를 조절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요즘 길고양이들은 쥐들을 본체만체한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도 줄이고 무분별한 고양이에 사료 제공도 신경 쓴다면 길고양이들과 쥐가 옛날 천적 관계로 다시 회복되리라고 본다. 쥐덫을 이용하고 쥐약을 뿌리는 방법은 별로 효과적이라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쥐를 전멸시키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쥐들은 다른 동물보다 지혜도 뛰어나고 사람과 비슷한 생체리듬을 갖고 있어 실험용 쥐들이 인간에게 공헌하기도 한다. 서두에도 말한 것처럼, 육십갑자에도 맨 먼저 등장하는 동물이다. 조물주께서 우리 인간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게 창조하셨으며 더불어 살라고 하신 동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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