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환경 이야기 -햇살이 들어오는 공간에 있어야 하는 이유
치유환경 이야기 -햇살이 들어오는 공간에 있어야 하는 이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03 15:4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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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부산대학교 생활환경연구소 연구교수
오지영/부산대학교 생활환경연구소 연구교수-햇살이 들어오는 공간에 있어야 하는 이유

누구나 전망이 좋고 햇빛도 잘 들어오는 곳에 살고 싶어 한다. 실제로 전망이 좋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아파트의 경우, 그렇지 않은 곳보다 가격이 대부분 높게 형성이 된다. 왜 사람들은 전망이 좋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살고 싶어 할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곳이 좋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왜 그러한 곳이 좋은지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몇 가지 실험사례를 살펴보고 전망이 좋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환경이 우리에게 어떠한 점에 있어서 좋은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Walch와 그의 동료들은 자연광이 많이 들어오는 병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와 자연광이 적게 들어오는 병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 89명을 대상으로 4개월간 실험을 진행하였다. 환자들은 대부분 자궁경부 및 척추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실험 결과, 자연광이 많이 들어오는 병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심리적 스트레스가 낮고, 진통제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를 통하여 자연광이 신체와 심리적인 부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진통제 사용량이 적다는 것은 회복 기간이 빠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Walch의 실험은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이다.

그렇다면 환자가 아닌 의료진들은 어떠할까? Zedeh와 그의 동료들은 자연광이 들어오는 간호사 스테이션과 창이 없고 자연광이 들어오지 않는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12명을 대상으로 이틀간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 기간이 짧고 피험자의 숫자(12명)가 적어서 인지는 모르지만, 자연광이 들어오는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혈압이 감소하고 온도가 증가하며 혈중 산소포화도가 증가하였지만, 이러한 현상을 임상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일광이 들어오는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의사소통 빈도가 증가하고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이 유의미하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2개의 실험은 실험 기간에 있어서 차이가 난다. 한 실험은 4개월간 진행되었으며, 또 다른 실험은 단지 이틀만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광이 들어오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공간사용자들의 심리적인 부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공통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장기간 자연광에 노출이 되든, 단기간 자연광에 노출이 되든 관계없이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인 자연광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빌딩숲으로 둘러 쌓인 도시에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공간보다는 어둡고 하루종일 서늘한 공간이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건축 분야에서는 광선반, 루버, 천창 등 자연채광 시스템을 활용하여 자연광을 공간에 끌어들이려고 노력을 한다. 이러한 노력은 자연광이 얼마나 공간사용자에게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시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루종일 집안에 햇살이 잘 들어온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햇빛을 쐬러 밖으로 나가는 것이 정신건강과 긍정적 상호작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따뜻한 5월이다. 직장인들은 점심을 먹고 잠시 사무실을 벗어나 산책을 해도 좋을 것이고, 하루종일 집안에서 아이를 돌보는 주부라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밖으로 나가보자. 햇빛 알러지가 있거나, 자외선이 걱정이 된다면 전망 좋은 카페 테라스에 앉아 햇살이 비치는 외부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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