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두 아들의 졸업식장을 찾은 어머니와 절룩거리며 손수레를 끌던 아버지
칼럼-두 아들의 졸업식장을 찾은 어머니와 절룩거리며 손수레를 끌던 아버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08 15:5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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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두 아들의 졸업식장을 찾은 어머니와 절룩거리며 손수레를 끌던 아버지

어린 두 쌍둥이 아들과 함께 살아가던 한 어머니가 잠깐 집을 비우고 밖에 나간 사이 집에 불이 나 순간적으로 자고 있을 애들 생각에 망설임 없이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 이불에 싸서 아들 둘을 구해냈다. 그러나 어머니는 2도 화상을 입었고 한쪽 발까지 쓰지 못할 정도로 불구의 몸이 되었다. 아무리 생활이 어려웠어도 굴하지 않고 다 성장하도록 홀로 시장 바닥에서 구걸행각까지 하며 자식 둘을 길러냈다. 이 아이들 둘이 나중에 커서 큰아들은 동경대학교에, 작은아들은 와세다대학교에 각각 수석으로 입학한 후 시간이 흘러 4년 후 졸업을 하게 됐다.

졸업하는 아들을 보고 싶은 어머니는 큰아들이 있는 동경대학교로 먼저 찾아갔다. 수석 졸업을 하게 된 아들은 졸업과 동시에 큰 회사에 들어가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 있었다. 아들의 눈에 수위실에서 아들을 찾는 어머니의 모습이 들어왔다. 수많은 귀빈들이 오는 자리에 거지 어머니가 오는 것이 부끄러웠던 아들은 수위실에서 연락을 받고 “그런 사람 없다고 하라”고 전하니 그의 어머니는 슬픈 얼굴로 말없이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큰아들에게 버림받은 서러움에 자살을 결심한 어머니는 죽기 전에 작은아들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 둘째 아들이 졸업하는 와세다대학교를 찾아갔다. 하지만 차마 들어가지를 못하고 교문 밖에서 서성이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때 마침 이러한 모습을 발견한 둘째 아들이 절룩거리며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어머니를 큰 소리로 부르며 달려 나가 어머니를 업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가 “사람을 잘못 보았소?”라고 말했지만 아들은 못 들은 체하며 어머니를 졸업식장 귀빈석 한가운데에 앉혔다.

일본 고유의 기모노 옷에 값비싼 액세서리로 몸을 치장한 귀빈들이 수군거리자 어머니는 다시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 이때 수석으로 졸업한 아들이 답서를 하면서 귀빈석에 초라한 몰골로 당황스럽게 앉아있는 어머니를 가리키며 자신을 불 속에서 구해내고 화상을 입어 구걸까지 해서 공부시킨 장한 어머니의 희생을 설명하니 그제야 혐오감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들의 눈에 감동의 눈물이 고이며 그 자리에 모인 청중 모두가 눈물바다로 변했다. 이 소식은 곧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게 되어 둘째 아들은 큰 회사 오너의 사위가 되었으나 어머니의 형색이 부끄러워 거절해버린 큰아들은 일류회사 입사조차 취소되어 버린 아들로 낙인찍혀 버렸다. 자기의 몸이 상하는 것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 둘을 불 속에서 구해내고 불구의 몸으로 구걸까지 하며 어렵게 공부시킨 장한 어머니의 갸륵한 희생정신을 다룬 신문 기사였다.

이런 감동의 기사들은 일본에서는 종종 많이 나오기도 한다. 일본 신문 사회면에 크게 실렸던 감동 어린 신문 기사이다. 우리나라 신문들도 사기·절도·강도·강간·지도자들의 부도덕 등 나쁜 일들만 큰 기사로 다룰 것이 아니라 사회에 귀감이 되는 감동의 내용들을 많이 실었으면 한다.

우리나라 어느 도시에서 있었던 일화 한 토막이다. 버스에 한 여학생이 탔다. 버스가 신호대기로 잠깐 멈추어 서 있을 때 버스 옆 거리에는 남루한 옷차림의 아저씨가 폐지 등을 잔뜩 실은 손수레를 절룩거리며 힘겹게 끄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버스에 타고 있던 아주머니들이 혀를 껄껄 차며 “참, 불쌍하기도 하지. 쯧쯧, 저렇게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날도 추운데 고생이 얼마나 많을까”라고 하고 있을 때 조금 전에 버스에 탔던 여학생이 창문을 열더니 “아빠”하고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이었다.

동시에 다른 손님들도 창밖에 눈초리를 돌리는 순간, 손수레를 끌던 아저씨가 걸음을 멈추고 버스를 바라보며 “이제 집에 가니?” 딸을 보며 아저씨가 웃음 지으며 걱정 마라 하며 함께 웃는 모습… 이들 부녀가 나누는 대화는 순수함 그 자체였다. 아저씨는 많은 버스 승객들 보는 앞에서도 당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은 딸이 너무나 고맙고 흐뭇해 보인 모양이었다. 사랑스런 딸자식을 위해 추운 날에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일하시는 모습이 너무 가엾어 버스 안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순간, 갸륵한 여학생의 부끄럼 없는 그 당당함에 한 승객이 박수를 치니 다른 승객들도 따라 박수를 쳤다. 이때 박수친 한 분이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곱구나! 내 며느리 삼았으면 참 좋겠네!”라고 하여 버스 안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제가 어버이날이기에 어버이의 큰 사랑을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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