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스피치-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 여행(9)
맛있는 스피치-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 여행(9)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10 16:0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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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
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 여행(9)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일반적으로는 상대방의 외모를 먼저 보게 되고 무의식중에 그에 걸맞은 목소리를 기대한다. 하버드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중의 80% 이상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만 듣고 신체적, 성격적 특징을 규정 짓는다고 한다. 또한 사람의 목소리에는 출신 지역, 건강 상태, 성별, 나이, 감정, 지적 수준 등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목소리만 듣고도 외향의 사람인지 내향적인 사람인지, 현재 기분이 어떤지, 성격이 급한지 느긋한지, 교양이 있는 사람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목소리라는 것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어서 한 사람이 살아온 오랜 습관의 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다. 낭랑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을 보면 활력과 열정이 넘치고 세련되며 건강해 보인다. 입안에 맴도는 얇은 목소리를 들으면 자신감이 없고 내향적인 느낌을, 빠른 목소리를 들으면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느낌을 받는다. 20여 년 이 분야에 대한 강의와 상담을 통하여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얻은 결론은 목소리가 그 사람의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J씨를 만난 건 여성지도자과정 특강을 하러 간 자리였다. 사회를 맡은 그녀의 목소리는 높고 빨랐으며 게다가 말끝을 흐려서 전달력이 떨어졌다. ‘맛있는 스피치’라는 주제로 1시간 30분간의 강의를 마친 후 강단에서 내려온 필자를 J씨가 찾아왔다. 자신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목소리와 말의 속도에 대한 변화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성격이 급하고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편이어서 행동이 빠르다고 했다. 오랜 시간 굳혀져 온 40대 후반인 J씨의 습관은 특강 후 10분의 상담으론 부족했는데, 한 달 뒤 한국인문스치아카데미 강의실로 찾아왔다.

말의 속도와 말끝이 흐려지는 버릇 때문에 전달력이 떨어지는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상담을 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 비해 말이 많고 말의 속도 또한 1.5배 정도 빨랐다. 비디오를 빠르게 돌려놓은 모습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먼저 목소리 진단 15가지 항목을 통하여 문제 진단과 스스로 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주었다. 적당한 말의 속도는 1분에 250자 정도이고 1분에 200자 원고지 1.5장 정도가 좋다. 말의 속도가 빨라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이때는 호흡법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이다. 호흡은 말의 적정 속도를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이며 좋은 발성을 위한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목소리를 결정짓는 변수가 바로 호흡 방식에 있는데 좋은 목소리의 첫 번째 비밀이 복식호흡이다. 복식호흡은 공기를 배로 보내며 깊게 쉬는 호흡이다. 가슴으로 하는 흉식 호흡은 호흡량도 적을 뿐만 아니라 가슴에서만 공기가 왔다 갔다 하는 얕은 호흡이다. 말할 때 가슴과 어깨가 들썩여서 보기에도 안정감이 없어 보인다. 또한 호흡이 짧으면 말이 끝날 때까지 호흡이 여유롭게 이어지지 못해 끝처리가 흐려진다. 반면 복식호흡을 하면 폐활량이 늘어 말할 때 숨 차는 일이 적고 말의 속도에도 변화가 온다.

J씨는 16주 과정에서 복식호흡을 통한 천천히 말하기와 하나의 어미(語尾)는 한 호흡으로 낭독하기를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비언어적인 요소인 빠른 걸음도 천천히 걷기를 노력하고 나열식 서술형의 말도 O-B-C 즉 Opening(서론) Body(본론) Closing(결론)의 형식을 갖춘다.

우리의 말 속도와 일상의 호흡은 어떠한가? 반듯하게 누운 상태로 왼손은 가슴에, 오른손은 배 위에 올리고 숨을 쉬어보면 어느 손이 많이 움직이는지 느낄 수 있다. 만약 왼손만 오르락내리락한다면 흉식 호흡을 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호흡수는 분당 12회 ~15회 정도이다. 분당 몇 번이나 숨을 쉬는지 분당 호흡수를 확인해볼 수 있다. 목소리의 출발점은 목이나 가슴이 아니라 배에서부터 배꼽 아래 단전이다. 단전에서 시작하면 소리가 편해진다. 알다시피 ‘호’는 숨을 내보내는 것이고 ‘흡’은 숨을 들이마시는 것이다. 깊이 마신 숨을 길게 내쉬면 소리와 공기가 만나 울림 있는 공명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다. 부드럽고 울림 있는 목소리에 친절함까지 갖춘다면 말을 다스리는 말의 주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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