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찰나(刹那)
진주성-찰나(刹那)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14 15:5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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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찰나(刹那)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말 중에 ‘찰나(刹那)’라는 용어가 있다. 찰나는 아주 짧고 빠른 시간을 비유할 때 종종 쓰이는 말로 어원은 불교에서 비롯됐다. 불교에서는 시간의 최소단위를 찰나라고 하는데 그 시간은 약 75분의 1초 정도라 한다. 이 찰나는 산스크리트어의 ‘크샤나’를 음역한 아주 짧은 시간이란 뜻에서 나온 말이다. 찰나같은 인생을 영원한 인생으로 바꾸는 것이 불교 철학이다.

찰나는 ‘일념(一念)’이라는 뜻으로 번역한다. 한 생각을 일으키는 순간을 일념(一念)이라고 하고 생장(生藏)이라고도 한다. 극히 짧은 시간, 순간, 시간의 최소단위를 말한다. 찰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관념에서는 느낌조차 없는 그런 상태이다.

불교 경전 ‘대비바사론’에는 찰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어느 날 가는 명주 한 올을 젊은 사람 둘이서 양쪽 끝을 당기고 칼로 명주실을 끊었더니, 명주실이 끊어지는 시간이 64찰나였다’는 것이다. 2명의 남자가 5000가닥의 명주실을 붙잡았다고 하면 순간적인 절단으로 5000×64찰나의 시간이 경과하므로 1찰나가 얼마나 짧은지 상상할 수 있다.

모든 존재가 찰나에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데 계속적인 생멸현상을 찰나생멸이라고 한다. 사물의 무상한 궁극적인 모습을 일기(一期)생멸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현재의 1찰나를 현재라 하고, 전찰나를 과거, 후찰나를 미래라 하며, 이 셋을 합하여 찰나 삼세(三世)라 하였다. 시간의 개념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불교도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은 찰나의 순간도 되지 않는다. 이 찰나의 순간에 우리의 가족과 만나는 사람, 우리가 하는 일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소중하다. 이 짧은 순간에 어떻게 태어난 인생이고, 어떻게 만난 사람들이며, 어떻게 하게 된 일인데,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며 시간들이다.

우주 전체의 시간과 공간에 비하면 우리의 인생은 정말 찰나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야 하며, 모두를 사랑해야 하며, 모든 일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기뻐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우리는 찰나의 순간을 성실하고 기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긴 세월 속의 지금 이 순간은 티끌보다 가벼운 찰나에 불과하고 부질없는 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늘 이 순간에 충실하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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