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진주의 문화예술은 세계 속의 진주(眞珠)
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진주의 문화예술은 세계 속의 진주(眞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14 15:5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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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담/한국디카시학 주간·시인
박우담/한국디카시학 주간·시인-진주의 문화예술은 세계 속의 진주(眞珠)

은근히 강압보다 힘세다고 믿을 때

슬그머니
눈에 띄지 않게
몰래

마음을 내 곁에 놓아두고 간다
나도 똑같이 주저하며
그 방식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깊고 그윽하게
조용히 다가서는 정취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조금 가는
조근조근 속삭이는 는개
내도 모르게 젖어든다

슬쩍 주고받은 마음은 의외로 힘이 세다
화끈보다 오래 간다

(허표영 ‘넌지시’)

벌써 오월 중순이다. 요즘 남강변은 물빛나루 쉼터, 소망진공원 등이 잘 정비되어 있다, 특히 진주의 자전거 도로는 남강보와 함께 경관을 살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맑게 흐르는 남강과 포구락무 등 진주의 문화예술을 접하면 진주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어서 정년 퇴임한 허표영 선생님을 소개한다. 문단에는 교사 출신의 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손국복, 류준열, 강외석, 김남호, 최석균, 조민, 장삼식, 이희규, 윤종덕, 하순희, 이점선, 최숙향, 정영혜 등이 이에 속한다. 교사들은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특기를 살려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있다.

문득, 강희근 선생님과 또 한 분의 선생님이 생각난다. 합천 삼가 출신인 이수정 선생님은 경음화, 격음화를 독특한 리듬으로 설명했는데 수업에 임하는 열정이 남달랐다.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해선 소설가가 따님이다. 선생님은 진주남중 학생들에게 시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자작시를 소개하면서 동기부여를 했다. 김성진 진주문인협회장, 윤덕 시인 등이 이에 속한다. 중등학교 시절 문예반 활동이나 백일장 경험 등이 졸업 후 문학적 갈증을 해소하는 발판이 된다. 강희근 선생님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겠다.

얼마 전 고등학생이 쓴 디카시를 ‘넌지시’ 봤다. “바람 부는 날 초록 할머니가 아픈 손녀와 생계를 붙들고 있다”는 문장을 보고 ‘왜 디카시 인가.’를 새삼 느꼈다. 이제 ‘디카시’는 생활 문학을 넘어 세계문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장르이다. 시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가치 있는 것으로 언술해 낸 학생이 누군지 궁금했다.

허 시인의 ‘넌지시’는 시집 ‘별을 기르다’에 수록된 작품이다. 그의 시는 주로 자연을 소재로 하고 있다. 진주 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요즘은 젊은 시인들과 합평회를 하고 있다. 허 시인은 자신의 시적 경향을 서정시에서 모던한 시 세계로 전환하는 중이다.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맑고 곱지만, 때론 기묘하게 바라볼 때 한다. 이런 발상은 시 창작에 있어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남강변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이 또한 남강 둔치의 수혜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일상에서 누구나 ‘강압’보다 슬기롭게 생활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슬그머니/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상황을 보면서 대처하는게 현명한 자세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자연도 그렇다. 장맛비도 있지만,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조금 가는/ 조근조근 속삭이는 는개/ 내도 모르게 젖어 든다’ 시인은 ‘슬쩍 주고받은 마음은 의외로 힘이 세다’고 말한다.

허 시인의 동료 교사였던 강외석 평론가는 “허표영의 시는 각종 꽃이 문을 두드리거나 열고 있다. 특히 꽃에 대한 그의 애착은 문명 위주의 현대인이 차갑고 메마른 삶에서 그나마 촉촉한 감정의 정서가 살아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평한다.

교육의 성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문화예술 역시 그렇다. 진주의 문화예술은 세계 속의 진주(眞珠)를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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