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스피치-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10)
맛있는 스피치-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10)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24 16:1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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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
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10)

말은 목소리와 말하는 방식에 따라 전달력이 달라진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자신만의 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 다양한 스피치 상황에 따라 내용과 방법도 다르다. 연설할 때와 진행할 때, 자기 소개할 때, 인터뷰할 때 등 다양한 스피치의 방법이 있지만, 기본을 잘 갖추면 기본에서 응용되는 여러 가지 스피치를 구사할 수 있다. 설득력이 있는 스피치는 듣는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력도 다르다. 말은 정확한 전달력이 중요하기에 말할 때, 기본 발성과 발음에 신경 써야 한다.

발성이 어려워 상대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요가강사 K씨의 사례다. 요가강사를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된 K씨는 요가 동작과 스피치를 연결하는 것이 어려웠다. 요가의 기본동작과 스트레칭의 다양한 효과를 말로 설명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아 수업 진행이 매끄럽지 않았다. 앉은 자세에서 요가 동작을 설명할 때 수강생이 “네, 뭐라고요?”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본인은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설명하기가 어려워 말보다는 동작을 보여주는 식으로 매 수업을 넘겼다. 하지만 두세 번 요가 수업을 받은 사람들이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가 생겼고 주민자치센터에 요가 강습에 등록했는데 “못 알아듣겠어요, 잘 안 들려요.”라는 민원이 제기됐다고 한다.

고민 중에 필자의 스피치 전문 강좌에 등록했고 첫 수업에서도 자기소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며 주눅 들어 지낸 시간을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목소리에서 바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발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말이 입안에 맴돌아 정확한 전달이 힘들었다. 목소리 진단 15가지 항목 중에서 ‘목소리가 무겁고 웅얼거리는 듯 답답한 느낌이다’ ‘목소리에 힘이 없고 작아서 기어들어 간다’ ‘목이 쉽게 지치고 아프다’라는 부분에 ‘그렇다’라는 답이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음은 ‘미’ 정도의 높이지만 K씨는 낮은 ‘도’ 정도의 음이면서 가는 목소리라 제대로 뜻이 전달되지 않는 소리였다. ‘미’ 톤은 화자가 말하기 편하고 청자도 듣기에 편하지만, 소리가 적은 사람의 발성 연습은 ‘솔’ 톤 높이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 K씨는 먼저 복식호흡과 발성을 통해 닫혀있던 아치를 열고 소리를 단전에서 내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다음은 ‘연구개음’, ‘경구개음’, ‘목청소리’ 등 하나하나 발성 연습을 시도했다. 그는 매일 꾸준한 연습과 체계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요가 동작과 스피치를 적용해 훈련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6개월 정도 한 후부터 막혀있던 목소리가 변하기 시작했다. 편안한 자신의 음높이로 시작하여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니 요가 동작이 더욱 섬세하고 눈에 잘 들어온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공자는 “사람의 천성은 서로 비슷하나 습관에 의해 멀어 진다(性相近也 習相遠也)”라고 했다. 한 번의 실행으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습관 하나를 바꾸려면 수차례의 실패와 좌절, 자기 책망의 시간을 거치지만 중요한 것은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버릇이 몸에 밸 때까지 계속 시도하는 것이다. 그런 스토리가 축적되면 나의 역사가 되고, 그 역사는 결국 남과 비교할 수 없는 나의 목소리를 만든다. 인간의 마음은 자신의 목소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의 세계적인 음향학자 ‘제프리톰슨’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자신의 성대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 파동은 자신의 귀와 몸 전체에 감지된다고 한다. 고유한 자신의 목소리 주파수가 뇌와 몸을 지배하며 모든 세포를 살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긍정적인 목소리는 자신의 삶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동조하는 강력한 공명 체계를 갖고 있다.

요가강사 K씨의 사례는 단순히 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 발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내면의 상처를 눌러놓고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하지 않은 오랫동안 쌓여온 시간이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고유의 자연스러운 톤과 음성이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목소리의 주파수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능력이다. 그 능력을 개발하고 성장시키는 것만이 우울한 세상 속에서 마음을 건강하게 지켜갈 수 있는 방법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행복한 여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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