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환 칼럼-“기립박수와 힘내세요”
장성환 칼럼-“기립박수와 힘내세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24 16:1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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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
장성환/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기립박수와 힘내세요”

최근 프랑스에서 내한한 한 파이프오르간 연주자의 연주를 들으면서 깊은 울림을 받은 적이 있다.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고 필자 역시 기립박수로 감동을 표했다. 연주 내내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으려는 우리나라 관객들의 수준 높은 태도에 연주자는 연신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고, 연주뿐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연주자와 관객들의 하나 된 공감이 더욱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자리였다.

얼마 전 미국 의회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의 영어 연설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자유민주주의의 상징인 곳에서 한국전쟁을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여기고 참전용사들을 명예롭게 예우하는 미국 정부와 국민에게 표하는 깊은 경의가 진정성 있게 와닿았고, 미국 의회 의원들은 총 56번의 박수, 26번의 기립박수로 화답하였다.

시카고의 컨벤션센터에서 있었던 고별 연설에서 오바마는 “민주주의 역사는 항상 어려웠다. 때론 피 흘리고, 두 걸음 앞으로 나간 뒤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를 포용하는 것으로 진보해 왔다”라고 강조하면서 대선으로 갈라진 미국을 하나로 모으려는 그의 외침에 관중들은 70번 이상의 기립박수로 동질감을 표했다.

노무현 전(前) 대통령 서거 14년이 되었지만 그를 진정으로 추모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그가 좌우 대립을 넘어서서 국익을 위해 이라크 파병 결정, FTA 가입 등 소신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조지 워커 부시 전(前) 미국 대통령도 “자기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낸 지도자”라고 추도한 바 있다.

필자가 지난 칼럼 주제로 국회의원은 헌법상 청렴의무가 있고 청렴한 공직자라면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시키고 스스로 코인 이상 거래 내역을 밝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건만, 이와는 달리 당사자인 그 의원은 탈당과 잠행을 하고 있고, 그러는 사이 논란과 의혹만 더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탈당 전 같은 당 소속의 한 최고위원은 “상처 난 사람에게 ‘김OO 힘내세요’라고 응원하는게 잘못된 건가”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가 누구를 응원하는 건 자유지만 내면에는 역시 편가르기 정치문화가 내재되어 있다는게 문제이고, 편 가르기 현상이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에 깊이 뿌리 박힐 정도라는게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잘못된 것을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고 같은 편이라고 무조건 옹호하고 응원하는 태도는 다른 편에 대한 좌표 찍기 현상에 대한 암묵적 승인임을 왜 모르는가? 공익목적으로 P2E 입법 로비 의혹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한국게임학회장과 가족에 대한 살해 협박 메일도 정치인의 무책임한 편가르기 정치 문화의 소산인 것이다.

공평을 가장 큰 덕목으로 삼아야 할 전(前) 법무부장관의 편가르기 인사와 언행까지 굳이 재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사회를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마저 편향 인사 논란이 클 만큼 현재 사법부 인사권자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편가르기 내로남불 정치문화를 타파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국익, 사회공동질서 확립, 경제발전 등 보편적 가치를 위해 진영논리를 떠나 기꺼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정치문화가 아쉽다.

편가르기에 앞장선 사람들은 여의도에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이들은 우리 사회를 좀먹는 좀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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