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남강댐 물 가화천 상시 방류, 사천 어민 봉인가
현장칼럼-남강댐 물 가화천 상시 방류, 사천 어민 봉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30 16:0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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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권/제2사회부 국장(사천)
박명권/제2사회부 국장(사천)-남강댐 물 가화천 상시 방류, 사천 어민 봉인가

밋밋하고 딱딱한 돌판 위로 지속적으로 물이 흐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시원하고 눈까지 맑게 한다. 혹자는 무슨 말인지 참으로 생뚱맞은 이야기라 여길 것이다.

K-water 낙동강유역본부 남강댐지사가 딱 그 짝이다. 남강댐지사는 남강댐 인공방수로를 통해 가화천으로 상시 방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유는 환경오염에 따른 악취 방지와 농업 용수 활용인 듯하다. 그럴싸하다. 바다와 연관성이 없는 주민들은 멋진 발상이라며 찬성의 목소리를 높이기에 충분하고 관계 기관 또한 멋진 아이디어라며 자화자찬할 수 있다.

반세기 이상 남강댐 방류의 최고 피해자는 사천지역 어민인 만큼, 민물과 바닷물의 생태계가 다르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지 않을까. 만약 염분이 전혀 없는 민물이 상시적으로 유입된다면 바닷물 자체의 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댐물 상시 방류를 일반인의 생각으로 접근하는 자체가 상식을 벗어나 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에서 비롯된다. 물론 전문 기관을 통해 판단될 것이나, 지역을 국한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판의 후유증은 분명 남을 것이다.

바다는 어민들이 평생 살아온 삶의 터전인 만큼, 일반인의 판단과는 또 다른 영역으로 깊이 고민하고 숙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탁상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유다.

남강댐 인공방수로는 사천·진주 양갈래 방향이다, 가화천으로 흐르는 인공방수로는 진주시 내동면 유수리~사천시 축동면 가산마을로 이어져 사남면 방지리 방파제에 부딪쳐 곤양면 중앙리~사천대교를 거쳐 사천만으로 흐른다.

만약, 남강댐 물을 가화천으로 상시 방류할 경우, 바다 생태계가 최고 타격을 입는 구간은 축동면~곤양면~서포면~용현면 등이다.

이곳의 바다 생태계는 패류(굴·바지락·백합), 해조류(파래), 갑각류(새우), 각종 어류 등으로 형성된다.

특히 가산마을~종포산업단지 구간은 바다 폭이 좁고 수심 또한 낮다. 날물 시 양쪽에는 갯벌이 훤히 드러나 폭은 더 좁아진다. 겨우 뱃길에 불과하다.

염분 농도에 제일 민감한 것은 굴 등 패류다. 장어를 제외한 전 어종 또한 1~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어민 삶의 터전을 우선해야 하는 이유다.

남강댐은 방류를 통해 반세기 이상을 댐 하류 지역민들을 괴롭혀 왔고, 어민 피해 또한 엄청났다. 피해 보상은 몇 푼이 전부였다. 이 또한 아주 오래전 막도장을 이용한 마을 이장들 손에서 끝이 났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보상이야기만 나오면 이를 무기로 삼는다. 주민들 입장에선 가슴 아픈 일이다. 특히 가산마을 바다는 하천으로 분류, 어선이 피항할 선착장조차 없고, 만들 수도 없다.

이제 와서 악취 방지와 농업 용수 활용을 위해 일정량의 물을 상시적으로 방류한다는 계획 자체가 어민들을 또 괴롭히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앞 뒤가 더 어긋나는 것은 농업 용수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혼합된 물을 농업 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까.

바닷물이 유입되는 종착점은 축동면 반룡리 상부까지다. 진주시 일대를 제외하면 사천 지역 전체는 또 다른 배수로를 확보하지 않는 한 농업 용수로 사용할 수 없다.

관계 기관에 주문해 본다. 남강댐 방류의 최대 피해자는 어민인 만큼, 들물과 날물시 배편을 이용해 현장을 직접 확인하면 쉽게 답을 찾지 않을까. 다른 곳 또한 마찬가지다.

피해 지역 주민들의 판단 또한 중요해졌다. 반세기 이상을 참고 견디며 살아온 세월을 또다시 하세월 한다는 것은 후대에까지 대물림하겠다는 의미다.

일부의 목소리가 아닌 직접적인 피해자들과 머리를 맞대며 원초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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