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거대한 재난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이다
현장칼럼-거대한 재난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31 16: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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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태/창원본부장(국장)
최원태/창원본부장(국장)-거대한 재난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이다

제1차 대전 후에 T.S.엘리엇 시인은 그의 시 ‘텅 빈 사람’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세상은 이렇게 종말을 맞이합니다. 굉음을 내면서가 아니라 흐느끼며”.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터진 지진은 온 세계인을 흐느끼게 하기에 족하다.

규모 7.8의 최초 지진 후 계속 7.5의 여진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한 아파트, 한 도시가 매몰되었다. 도시는 텅 비었고 공동묘지는 붐볐다. 지진으로 거리에 나 앉은 이재민이 75만 명이란다. 튀르키예 정부는 ‘1만2000채 이상의 건물이 붕괴하거나 심하게 파괴됐다’고 했다. 안전 문제로 비워 둔 건물도 약11만 채다. 여진이 많은 지역에는 추운 날씨인데도 길바닥에 이불을 깔고 생활한다. 흙먼지가 가득한 빵과 수프로 연명한다. 화장실 용변은 사치고 샤워는 꿈도 못 꾼다.

재난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후 재난, 전염 바이러스 재난, 홍수, 산불, 재난의 연속이다. 바다에서 골목에서 하늘에서, 문명 사회에서 저개발국가에서 언제고 어디서고 재난은 계속되고 있다. 로마제국의 삼분의 일이 역병으로 죽어 갔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아테네에 역병으로 인구 절반이 죽었다. 중세기 흑사병으로 전 유럽 인구의 삼분의 일인 2000만 명이 죽었다. 14~17세기에 걸쳐서다. 2019년 중국에서 시작된 3년 넘게 전 세계적으로 퍼진 코로나19의 재앙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재앙이다.

역사를 바꾸고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세상을 만들었다. 바이러스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위력을 과시했다. 우리에게 재난의 의미는 무엇일까? 신의 연단인가, 경고인가, 징계인가, 심판인가, 인재인가, 자연재해인가, 누가 정확한 대답을 줄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대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2004년 스리랑카, 태국, 인도 등 여러 나라를 휩쓴 쓰나미는 약 24만 명에 이르는 희생자를 냈다. 2005년에 인도와 파키스탄에 일어난 지진으로 8만 명이 사망했다. 2005년 미국 걸프만 연안을 휩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재앙이 있었다.

2023년 5월 24일 최대풍속 시속 240km의 바람과 집중호우를 동반한 제2호 태풍 ‘마와르’에 서부 태평양에 위치한 괌은 역대급 슈퍼 태풍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태풍은 전설적인 파괴력을 자랑하며, 전역의 주요 인프라에 큰 피해를 입혔다. 슈퍼 태풍은 시간당 300킬로미터의 최대 풍속을 기록했으며, 폭우가 쏟아져 내려 괌 전역에서 홍수가 발생했다.

대한민국 우리도 매년 반복되지만 태풍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태풍은 이미 우리 삶 속에서 큰 피해를 주는 두려운 존재로 각인되어 있으며, 그 위력은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더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은 지역에 따라 북서태평양의 태풍, 대서양의 허리케인, 인도양의 사이클론 등으로 다른 이름을 갖지만 결국은 같은 현상이다.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미터 이상으로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는 열대저기압을 태풍이라 부른다. 우리가 사는 북서태평양 지역에서는 통계적으로 1년에 25.6개의 태풍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사례들을 볼 때 우리는 강력한 태풍들에 대한 피해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 뉴올리언스의 80%를 침수시키고 2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또한 2013년 11월, 강력한 태풍 ‘하이옌’이 강타하고 지나간 필리핀에서는 100만 가구가 파괴되고 6천3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02년 8월에 발생한 태풍 ‘루사’와 2003년 9월에 발생한 태풍 ‘매미’가 가장 큰 영향을 준 태풍으로 기록되고 있다. 관측 이래로 우리나라를 통과한 태풍의 바람 순위 10개 중 6개가 2000년 이후에 기록된 것으로 나타나며, 이 기간 동안 태풍으로 인한 피해액은 20조 원에 이를 만큼 국가적인 손실이 매우 크다.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태풍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섭씨 0.74도, 한반도는 1.5도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로 접근하는 태풍의 경우도 이전보다 강력하거나 쉽게 약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 여름과 초가을에도 태풍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 슈퍼 태풍이 기후변화의 결과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강력한 폭풍의 발생 빈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피해가 크고 대책 수립 마련에 어려운 것이 태풍이다. 우리 모두가 태풍을 이해하고 태풍의 위험으로부터 철저히 대비하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일 때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한 걸음 다가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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