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호국불교(護國佛敎)
진주성-호국불교(護國佛敎)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04 15: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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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호국불교(護國佛敎)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달에는 현충일을 비롯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충렬을 기리고 얼을 위로하는 기념 행사가 많이 열리게 된다. 불교계에서도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선 전례가 많이 있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신라시대 이후로 호국불교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불교의 호국 전통은 어느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 이어져 왔다.

우리나라 호국불교의 효시는 원효대사로 알려져 있다. 원효대사는 호국불교를 내세우며 여수에 향일암을 짓고, 남해에 보리암을 건립하여 왜적의 침략에서 우리 백성들을 구하고자 했다. 향일암과 보리암에 올라서면 남해안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유가 그래서이다. 왜적의 침입을 미리 알아서 주민들에게 미리 방비를 하게 하였던 것이다. 보리암은 조선시대에 봉수대까지 설치하여 한양에 이르는 통신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원효대사와 동시대에 살았던 문무대왕은 왜적의 침입을 막고자 자신의 무덤을 동해에 만들어 바다의 용이 되어서 신라를 지키고자 대왕암을 설치하도록 했다. 대왕암 인근에 감은사가 건립되자 승려들이 모여 그곳을 지키게 되었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방비가 허술한 곳에 사찰을 지어 승려들로 하여금 전초병이 되어 나라를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하게 했다.

신라에서 확립된 호국불교 사상은 계속 이어져 고려 고종에 만들어진 <고려대장경>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호국불사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계의 탄압이 극에 달했지만, 불교계는 나라의 위태로움을 방관하지 않고 임진왜란 때 의승군이 일어나 왜적을 물리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 당시 활약한 의승장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영규대사를 위시한 여러 의승군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에는 3.1만세 운동에 한용운 스님과 백용성 스님이 민족대표 33인에 참여하여 나라를 위한 호국불교 정신은 현대까지 계승되어 왔다. 나라가 평안하지 못하고 국민들이 불안하면 불교적 수행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불교계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스님들은 나라가 위태로우면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바쳐 나라 지키는 일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스님들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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