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이제는 진주시민축구단이다
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이제는 진주시민축구단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04 15: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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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담/한국디카시학 주간·시인
박우담/한국디카시학 주간·시인-이제는 진주시민축구단이다

위로 오를수록 좁다란 산길 오른다
윗돌 올릴수록 미간 좁아지는 돌탑 쌓는다

못난 돌 하나 골라 얹을 때
숨소리 죽이던 내 중심이
조금 더 서산으로 기운다

모난 돌 하나 주워 포갤 때
바들바들 떨리던내 중심이
조금 더 굽은 나무를 닮는다

허상 위에 허상 쌓고
허물 위에 허물 쌓은 내 허울

바람이 나를 스칠 때
몸탑이 더 큰소리로 운다

함부로 쌓은 업業
똑바로 서고 싶을수록
내 안의 우주가 휘청인다

(박기원 ‘돌탑 쌓으며’)

오늘 소개할 작품은 박기원 시인의 ‘돌탑을 쌓으며’이다. 박기원은 대학 시절 문학반에서 습작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사회에 나와 시의 길을 다시 걷게 되었는데 시창작교실과 남가람문학회에서 작품활동을 하였다. 노력 끝에 2014년 ‘경남문학’으로 시단에 나왔다. 박기원은 시집‘마리오네트가 사는 102동’, ‘마추픽츄에서 온 엽서’ 등 두 권이 있다.

비 내리는 유월이다. 장마가 미리 온 것인지, 습도가 높고 우중충한 날씨에 햇볕이 기다려진다. 오늘 아침 축구 승전보가 마음을 밝게 했다. U-20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에콰도르를 꺾고 8강에 올랐다. 5일 오전 2시 30분에 나이지리아와 준결승 진출권을 놓고 대결한다. 우리 대표팀의 좋은 소식을 기대해 본다.

진주는 조선 4대 축구 도시(신의주, 평양, 경성, 진주) 중 하나이다. 진주농고가 지방고교팀 최초로 전국대회를 우승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때 고봉우, 정연태 선수가 활약했었다. 그 후로 진주고, 진주공고, 대아고, 진주상고 등에서 축구팀을 운영한 적이 있다. K4리그 진주시민축구단이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최근 울산에서 끝난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진주여자중학교 축구팀이 우승하였다. 이는 ‘돌탑’을 누군가가 쌓아왔고 쌓아가기 때문에 성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돌탑’은 누군가가 갖고 있는 상징일 것이다. 사회적 지위일 수도 있겠고, 자신과의 다짐일 수도 있겠다. 높은 돌탑을 쌓아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거나 돌 하나 갖다 놓고 지속해서 쌓는다면 언젠가는 ‘돌탑’은 쌓일 것이다. 돌탑을 쌓는 과정에서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예술적 감각을 살리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수 있다. 돌탑을 쌓는 심정은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 감정 등에 영향을 받으며,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문학 역시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개인차가 있거나 아니면 열과 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래도 보편적인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세상 사는 이치가 아랫돌 빼서 윗돌 괼 수는 없는 일, 그도 그럴 것이 가볍고 작은 돌일수록 쌓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작은 일일수록 얕잡아보면 큰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하나하나는 지루해서 난망難望하기 그지없는 일이기는 하나, 끝은 항상 시작 옆에 있었다는 걸 모르고 사는 게 세상사이기도 하다. 조금은 흔들려도 조금은 기우뚱거려도 끝내는 바로 설 것이라고 믿고 살아볼 일이다.

진주에는 ‘진주’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고 있는 ‘진주시민축구단’이 있다. 평소 무관심하게 지켜볼 게 아니라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서서 응원해주고 관람해주면 보다 나은 경기력으로 시민 여러분께 보답할 것이다. 요즘은 직접 경기장에 가지 않더라도 유튜브에서 응원할 수 있다. 이제 ‘진주시민구단’이다. 경기장으로 달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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