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단상-농촌의 미래-6차산업 그 현장을 가다
전원생활의 단상-농촌의 미래-6차산업 그 현장을 가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08 16: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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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원/지자체 농촌 관광 관련 강사·은퇴자 연구소 운영
공성원/지자체 농촌 관광 관련 강사·은퇴자 연구소 운영-6차산업 그 현장을 가다

우리는 현재 4차산업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물리세계, 디지털세계 그리고 생물, 바이오 세계가 융합되어 경제와 사회의 모든 영역에 영향를 미친다. 사물인터넷(IoT), 로봇(Robot), 가상현실(VR) 및 인공지능(Al)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농촌의 6차산업은 그 의미가 다르다. 즉 1차산업인 농림수산업으로 생산을 하는 것이며, 2차산업인 제조, 가공업, 3차산업인 유통·서비스업을 융복합한 산업으로 1차, 2차, 3차를 합하여 6차산업이라 부르고 있다. 이는 농산물을 생산만 하던 농가가 고부가가치 상품을 가공, 판매하는 것으로 최근엔 농촌 자원을 이용해 체험프로그램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해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퇴직 후 귀촌하면서 농촌에 대한 이해와 관련 지식의 필요성을 느껴 6차산업 대학원에 다녔고 논문(농촌 관광)도 쓰고 해서 농촌 생활에 접목해 보려고 하였지만, ‘농사일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교훈만 얻고 여유 공간을 활용해 공유숙박을 운영하고 기회가 생기면 지자체 귀농·귀촌인을 위한 강의를 하곤 한다.

대학원생들과 6차산업 견학으로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정책으로 농업에 많은 투자를 유치하였고 일찍부터 ‘농어촌에서 여유 있는 휴가를’이라는 슬로건(Slogan)으로 도농 교류사업을 추진하여 농촌 살리기 운동을 지자체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도 6차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농가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농촌을 바라보는 국가적인 정책이나 시선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국민이 먹고 사는 먹거리 문제는 어느 시대나 정권과 관계없이 최우선으로 검토되고 지속해서 발전시켜 가야 함에도 도시에 비해 선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도외시되는 것이 가슴 아픈 것이다.

귀촌해서 가까이 지내게 된 6차 산업 모델(Model)이 하동 북천 ‘알프스 밀밭’에 가면 있다. 매우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내고 배움과 다소 거리를 둔 김사장은 늘 마음속에 꿈이 있었다. 친구들은 도시로 대학 다니고 좋은 직장에 소위 때깔 나게 살고 있었지만 그는 그저 농부의 모습으로 그들과 다른 시간의 세계에 있었던 것이다. 친구들과의 모임에는 이방인의 차림으로 쉽게 공유되지 못하는 언어를 사용함으로 소외감을 느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라 했다.

그의 꿈은 이러했다. “비록 농부로 출발하였지만, 반드시 남부럽지 않게 행복한 삶을 살 것이고 농부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신의 현실에 맞는 수익모델을 개발해서 이것이 농촌의 답이다.”라는 결과물을 내어 보자는 것이었다. 비록 전문적인 교육이나 체계적인 기획은 없었지만 머릿속에 그려왔던 그림이었다.

5천여 평의 넓은 밀밭과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려서 아름다운 카페를 짓고 밀밭에서 생산되는 우리 밀과 목초를 이용해서 한우를 키우고 축사에서 나오는 퇴비를 밀밭에 재투입해서 자연 순환형 친환경 공법으로 생산 비용을 최소화하고 직접 생산한 우리 밀을 이용한 빵류들을 찾아오는 손님에게 신토불이(身土不二) 우리의 것을 제공하고 산양을 키워서 체험 학습장으로 이용함과 동시에 유기농 치즈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구상은 ‘6차산업’이라는 용어를 학계에서 사용하기 훨씬 이전에 ‘농사는 이렇게 지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주인의 꿈이 현실이 되어 축사를 리모델링(Remodeling)해서 카페를 짓고 일평생 기회있을 때 수집한 앤틱(Antic) 소품으로 유럽풍 인테리어(Interior)를 하고 펼쳐진 넓은 밀밭과 주변의 산과 언덕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은 곳으로 탈바꿈하였다. 야외 벤치에서 차를 마시면서 그동안 살아온 삶과 앞으로의 계획을 듣노라면 과거 한때 자신을 힘들게 하였던 친구들이 이제는 부럽지 않고 은퇴해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그들이 오히려 측은한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한우 시세 흐름을 적절히 파악하여 파동에 잘 대처하며 사료값 인상에 대비한 자가 공급량을 목초로 준비하는 등 남다른 경험과 지식으로 생활의 여유도 생기게 된 것이다. 가족과 해외여행도 하고 평생 남편을 뒷바라지한 아내를 위해 최근엔 유럽으로 여행가면서 비즈니스 클래스(Business Class) 항공권을 선물하여 생에 한 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은 소원을 이루었다고 하신다. 바쁜 농사일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진 것이 아니라 적어도 열심히 살아왔기에 해 보고 싶고 간절한 것들을 하나하나 행동으로 옮기고 싶다는 순박한 농부의 마음에서 가슴이 뭉클해지고 자랑스러워지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성공한 이면에는 남다른 열정과 헌신이 깔려있다. 특히 농업은 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분야이므로 인내와 열정이 없으면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게 된다. 내가 보는 주인 내외는 이런 농촌의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을 스스로 즐기면서 지속적인 학습과 혁신을 추구하는 반면 삶의 목적의식과 철학이 분명해서 중단없이 오늘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라 믿는다. 아내와 비즈니스 클래스(Business Class)로 유럽에 여행 가고 싶은 오랜 소망을 실천한 아름다운 농부가 농촌 주위에 흔치 않은 일일 것이다. “한우 한 마리 더 팔면 된다”는 말에 오랜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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