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안거(安居)
진주성-안거(安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11 15:2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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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안거(安居)

불가에는 여름과 겨울에 행하는 수행법인 안거(安居)라는 것이 있다. 안거는 겨울철 3개월(음력 10월 15일~이듬해 1월 15일)과 여름철 3개월(음력 4월 15일~7월 15일)마다 스님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고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불교 전통의 수행법이다. 계묘년 하안거 결제일인 6월 3일부터 전국 100여 곳 선원에서 2000여 명의 수좌가 정진에 돌입했다.

안거의 첫 일과는 자기가 하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피는 것이다. 참선과 염불, 독경을 통해서 자기를 성찰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스님들이 안거를 하는 것은 자신의 모순 즉 고집과 잘난 척, 남을 가르치려는 버릇, 불평불만 등과 같이 자연의 원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생활 습관 등을 찾아내서 이러한 행동이나 생활 습관을 바로잡으려 하는 고행으로 보면 된다. 안거 기간 동안 자신의 모순과 습관을 단박에 바로잡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자체만으로 스님들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안거 기간 동안 충실히 공부하면 분명히 다른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내면을 찾고 잘못을 알아보는 안거 공부를 통해서 보다 좀 더 나은 스님으로 성장하고 그래서 안거 이후에는 나은 절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안거 결제 100일 동안 묵언 수행을 하는 스님도 있다. 스님들이 묵언 수행을 하는 이유는 묵언을 통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참 나 자신과 만나는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차담과 포행을 하며 도반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지만 묵언을 하게 되면 누구도 그 스님에게 말을 건넬 수 없으며 꼭 전해야 할 말이 있으면 메모를 통해 전달한다. 노납의 경험으로 보자면 평소 활달하던 스님도 100일 묵언 수행을 하고 나면 조용하고 차분하게 되어 다른 이들의 말을 신중하게 경청하며 자신의 말을 아끼게 된다.

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는 지난 6월 3일(음력 4월 15일) 계묘년 하안거 결제일을 맞아 내리신 결제 법어를 통해 “오직 화두 타파의 일념으로 한여름의 더위가 오히려 서늘하게 느껴지도록 정진해 불조와 시주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금년 결제의 인연으로 일체무명이 소멸하고 본성이 확연히 드러나 본분사를 마친 대자유인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안거에 들어간 스님들처럼 우리 모두 그렇게 자신을 뒤돌아보며 살아가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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