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모든 길은 균형에 있다
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모든 길은 균형에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18 16:0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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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담/한국디카시학 주간·시인
박우담/한국디카시학 주간·시인-모든 길은 균형에 있다

세탁기 볼트가 느슨하다
헐렁해진 틈으로 물이 샌다
동력의 레임덕이 온 것일까
함부로 내 던지는 피륙들을 안으로 감았던 세탁기
그들이 남긴 보풀을 껴안고 쿨럭거렸다
내부에서는 팔과 다리와 가슴이 뒤엉켜 돌아가고
수십 번 들여보아도 알 수 없는 미세한 갈등
깊은 울음을 콸콸 쏟으며 수력을 다해 풀었다
그런 동력의 눈물마저 비틀어
호주머니에 든 신분을 세탁하고 떠난 사람의 안부를
스치는 옷자락이라도 뒤집었을 것이다
내게 온 것들을 사랑하였으므로 미친 듯이 감았으리
빙빙 둘러 속을 비웠던 그는
갈등을 꺼내 파란 여백에 말리며
다시는 들이지 않으리
묻을 꽝 닫았다가 열리는

헐렁해서 풀리기 쉬운 덩치 큰 사내가
볼트를 조이느라 낑낑거린다

(곽향련 ‘세탁기볼트’)

유월 중순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세탁기와 빨래건조기가 바삐 돌아간다. 틈을 놓치지 않고 캔디 푸들 녀석이 갓 건조기에서 나온 빨래를 물고 달아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여름철엔 반려견마저 그늘 찾기에 바쁘다. 후덥지근할 땐 아무래도 시원한 숲이 생각난다.

제아무리 어떤 단체나 개인이 활동을 효율적으로 해도 널리 알리지 않으면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곽향련 시인의 ‘세탁기 볼트’이다. 곽 시인은 의령문인협회 회장직을 맡아 청강문학상 운영 및 한글 관련 주제로 한 시화전 및 사화집을 발간하는 등 의령의 문화와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시는 수사법을 사용하여 빗대어 ‘사물과의 말 걸기’이다. 곽 시인은 ‘세탁기 볼트’에서 말하고 있다. 일상에서 세탁기 등 제품을 사용하다 보면 부품이 서로 헐거워져서 본연의 역할을 못 할 경우가 더러 있다. ‘틈’이 생기면 누수가 일어나고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헐렁해서 풀리기 쉬운 덩치 큰 사내”가 /볼트를 조이느라 낑낑거리며 /갈등을 파란 여백에 말린다.

진주시에서는 ‘2023 월아산 정원박람회 추진상황 보고회’를 개최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원의 이상향을 뜻하는 월량선경(달빛이 비치는 신선의 정원 달빛과 어울林)이라는 주제로 7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개최한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가 체험을 통해 정원의 가치를 깨달을 기회의 장이 됨과 함께 우리 시의 첫 정원박람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전략 수립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조규일 시장은 당부했다. 진주시장이 직접 스패너를 들고 점검에 나섰다. 시민들의 휴식 공간과 건강관리에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헐렁해진 틈으로 물이 샌다 /동력의 레임덕이 온 것일까” 경직된 곳은 좀 ‘볼트’를 풀어주고, 좀 느슨하거나 정신적으로 해이한 곳은 ‘볼트’를 빡빡하게 조여 전반적으로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미세한 갈등 /깊은 울음을 콸콸 쏟으며 수력을 다해 풀었다” 시 당국에서 운용의 묘를 살려 ‘동력’을 적재적소에 제공해야 좋은 지방자치제다. 말은 쉬워도 시민들의 의견과 환경평가 등을 거쳐야 하기에 쉬운 작업은 아니다. 그래도 어려움을 뚫고 행사를 기획하고 끌고 간다는 건 지도자의 능력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월아산 질매재는 진주에서 마산 그리고 경남과학고, 경남체육고 그리고 마의 집산지인 마진리와 의령 가는 길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2023 월아산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월아산 숲의 소중한 가치를 보전하는데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진주에는 잘 정비되어있는 반려견 놀이터가 있어 시민들이 휴일에 잘 이용하고 있다. ‘월아산 숲’에도 반려견 놀이터가 생기면 좋겠다.

푸들이 빨래를 물고 그늘을 향해 달리는 본격적인 여름이다. 이곳저곳 누수나 헐거운 곳 그리고 빡빡한 곳이 있기 마련이다. ‘2023 월아산 정원박람회’가 성공리에 치러지길 기대해본다. 무더위 속에 스패너를 들고 분주하게 달리는, 조규일 진주시장의 발걸음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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