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환 칼럼-“킬러에게 종말을 고함”
장성환 칼럼-“킬러에게 종말을 고함”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22 09:0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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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

장성환/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킬러에게 종말을 고함”


무려 81가지의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고 풀이가 너무 복잡해 주어진 시간 내에는 도무지 풀기가 어려운 문제를 굳이 왜 내야 할까. 이런 킬러 문항을 풀려면 사교육에 의존하여 기출문제나 예상 문제로 문제 풀이 기술을 습득하는 수밖에 없다는데, 우리나라 교육이 문제 풀이 기술자 양성을 지향하는 교육이어야 하는가. 교육당국자나 입시생의 학부모 여부를 떠나 이런 현실을 방치하고 눈감고 있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어려운 문제를 내지 못하게 해 수능의 변별력이 사라지면 결국 내신이나 논술, 비교과 활동 등의 부담이 커진다고도 하는데, 이는 대학 서열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사라지기 어려운 문제이다.

입시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창의성을 죽이고 사교육 시장의 배만 불리우는 입시제도는 과감히 다 버려야 한다. 철저히 사교육 시장의 혜택을 받아온 일타강사 출신 정치인이 공영방송에 나와 교육제도 운운하는데 결코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인생에서 가장 총명하고 창의력 있는 시기에 있는 아이들을 문제 풀이 기술을 습득하는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써가며 다른 학생들 앞에 경쟁적으로 줄 세우게 하고 입시 결과를 평생 마치 하나의 신분인 것처럼 간주하는게 지금 우리의 입시제도이다.

전(前) 수능 출제 위원이 킬러 문항을 만들어 팔아 이득을 챙기고 사교육 시장 형성에 일조한다는 사교육 카르텔이 존재한다면 마땅히 타파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비롯해 국가의 중요 정책 방향까지 왜곡시키는 비정상적인 사교육 시장이 계속 커지는 한, 삶의 질이나 의식면에서 있어서는 결코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동참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순위로 자리매김되는 무자비한 경쟁의 이면에는 냉혹한 비정함이 있다. 함께 사는 사회 구성원으로 공감하며 손 내미는 것보다 1점이라도 더 받아야 살아남고 인정받는 사회를 결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아이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맘껏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때로는 운동장에서 뛰어가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학창 생활을 모두가 바라지 않을까. 아이들의 웃음띤 행복은 가정의 행복, 사회 전체의 행복으로 귀결될 것이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부분과 전체”라는 책에서 또래 친구들과 하이킹을 하면서 과학, 철학, 정치, 인문 영역을 가리지 않는 모든 분야에서 끊임없는 질문과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하는 과정에 관한 소중한 경험을 밝히고 있다. 하이젠베르크는 학문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학문이 탄생한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이 부족한가. 하이젠베르크의 꿈의 대화들이 있은지도 이미 100년이 지났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지 않는가. 앞으로 100년 후 우리나라도 노벨상 수상자가 원없이 배출되려면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아이들을 의미 없이 줄세우는 킬러 문항에 종말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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