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귀한 보배다
현장칼럼-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귀한 보배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22 17:0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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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태/창원본부장(국장)
최원태/창원본부장(국장)-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귀한 보배다

오다가다 옷깃만 스쳐도 삼백생의 인연이요 같은 좌석에 앉아 대화를 하면 오백생의 인연이요 같은 솥의 밥을 먹으면 칠백생의 인연이요 같은 피를 나누면 구백생의 인연이요 부부로 만나는 것은 천생의 인연이다.

부부로 둘이서 한 몸을 이루고 한 인생을 살 수 있는 대상은 남편과 아내밖에 없다. O촌이 된다. 남편에게 아내는, 아내에게 남편은 O순위여야 한다. 어떤 것도 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부부 사이는 원초적 관계다.

우리는 결혼을 통해서 가정생활의 즐거움과 부부관계의 행복을 누린다. 그러나 평생에 부부가 서로 만족해하며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 중 누구도 몇십 년 동안 상대를 계속 매료할 만큼 매혹적인 사람은 없다. 남녀가 평생동안 서로에게서 로맨스를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디언 아파치족의 ‘두 사람’이란 결혼 축시가 있다.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이런 결혼은 황홀하나 부부생활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결혼은 다른 사람들이 만난 것이다. 뭐 하나 같은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뭐든지 반대다. 그래서 이런 시가 생겨났다.

모자이크는 서로 색과 모양이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그 조각들이 모아지면 총천연색 아름다운 그림이 나온다. 원래부터 맞는 부부는 없다. 각기 성이 다르고 자라온 배경과 가정과 교육과 환경과 생각이 다른 세계의 조화가 될 리가 만무하다. 원래부터 맞는다면 그거야말로 부조화다.

영화 발달사를 보면 무성영화부터 시작한다. 말이 없다가 소리가 나오고 흑백이다가 컬러, 지금은 ‘아바타’ 3D까지 나왔다. 부부 사이는 그거와는 반대다. 처음엔 엄청 입체적 인생이 조금 살다 보면 평면이 되고 더 살다 보면 색채가 없어지고 흑백이 돼도 힘든데 이젠 말까지 없어진다고 했다. 부부생활의 실상을 희극적으로 표현했다.

이런 현실의 원인은 어디 있는가? 남편의 잘못인가? 아내의 잘못인가? 둘 다 다 잘못인가? 누구의 책임도 아닐 것이다. 다 같은 책임이다.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 남자가 물었다. “처녀들은 귀엽고 매력적인데 왜 마누라들은 늘 악마같이 화만 내고 잔소리가 그리도 많나요?” “처녀들은 내가 만들었지만 마누라는 니가 만들었잖아!”

부부는 서로 상대방을 만들어 간다. 소중한 아내, 믿음직한 남편,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이어갈 때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흑백이 칼라로, 평면이 입체로 바뀌는 놀라운 변신이 이루어질 것이다. 젊을 때는 아내가 남편에 기대어 살고 나이가 들면 남편이 아내의 도움을 받으며 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서로를 향해 여보 당신이라고 부른다. 여보(如寶)라는 말은 보배와 같다는 말이고 당신(堂身)은 내 몸과 같다는 말이다. 마누라는 마주 보고 누워라는 준말이고 여편네는 옆에 있네에서 왔다고 한다.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귀한 보배다. 끝까지 함께하는 사람이다. 세월이 가면 어릴 적 친구도 이웃들도 친척들도 다 곁을 떠나게 된다. 마지막까지 내 곁을 지켜줄 사람은 아내요 남편이요 자녀들이다.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며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감정이 선명했던 젊은 시절의 사랑이 결혼 후엔 점점 무뎌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부부의 사랑은 단순히 감정이 사그라진다고 해서 사랑이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해가 될수록 더 강해지고 끈끈해진다. 늘어난 의무와 책임 속에서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서로의 부족한 모습을 채워주는 모습으로 사랑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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