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스피치-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12)
맛있는 스피치-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1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28 15:5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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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
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12)

에이브람 링컨은 나이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남겼는데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짓는지에 따라 얼굴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말은 나의 생각을 입으로 표현하는 출구이다. 생각이 논리적이지 못하면 말 또한 논리적일 수 없다. 생각을 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내면을 본다는 것은 과거 경험으로 형성된 생각의 밑바탕을 직면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과거, 어떤 일이 일어날 당시에는 생각지 못한 일을 시간이 흐른 후 객관적인 관점에서 깨닫게 하여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생각훈련과정이다. 이런 생각훈련과정을 거쳐 감정의 근육이 형성되고 논리적이며 이치에 맞게 말할 수 있는 근력이 만들어진다. 말과 내면은 동전의 양면처럼 인과관계를 지닌다.

스피치라는 출구를 통해 31년간 지속된 과거의 외로움과 트라우마를 극복한 40대 M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M씨는 6남매 중 막내로 공부를 곧잘 해서 부모의 보람이었고 동네에서도 성실한 학생으로 인정을 받는 등 집안의 자랑이었다. 전교회장직을 맡아 학교에서도 기대가 컸던 그는 초등학교 6학년 시험에서 기표를 잘못하여 그만 전교 1등 자리를 놓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실망이 컸던 가족은 비난과 핀잔을 수차례 쏟아냈고 실수한 자신을 보듬어주지 못한 가족들의 모습에 M씨는 큰 상처를 입었다.

공부에 대한 의욕이 상실되면서 중학교에 입학하여서는 가족들이 보란 듯이 공부를 하지 않았다. 가족의 기대와 성화는 끝없는 화살로 그를 좌절감에 빠지게 했고 그럴수록 더욱 가족의 요구와는 다른 상황을 만들어 공부에 무성의한 학생으로 전락하였다. 여름방학이 끝난 후 2학기 수업 시간 국어책을 읽어보라는 선생님의 권유에 읽는 것조차 어려움이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자신감을 잃어갔다. 갑자기 생긴 공부에 대한 공포증으로 글 읽기조차 망쳤다고 생각하자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게 두려움으로 자리 잡았다. 그 기억으로부터 31년간 지속된 트라우마는 플래시백(Flashback) 현상으로 자주 나타났고, 직장에서도 회의 진행 및 자신의 생각조차 말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혔다.

그는 1년간 주어진 장기교육 파견과정을 통해 필자의 인문스피치아카데미 전문 강좌에 문을 두드렸다. 정서적 대화를 통해 M씨의 닫힌 마음을 알게 되었고 상처가 많은 기억을 희석하는 아가페 의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12주간의 과정에 지각, 결석 없이 참석한 M씨는 이후의 전문과정도 반복해서 수강하는 근성과 끈기를 보여주었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인생 방향에 맞춰 마인드맵을 그려 스스로 묻고 답하는 발표과정을 이어갔다. 큰 주제를 적고 마인드맵의 나뭇가지마다 말할 순서대로 작은 주제를 적어나갔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초등학교 이후 멈췄던 성장을 경험하게 되었고 스피치는 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꿈을 만드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표현해주었다.

당당한 자기표현을 위해서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중요하다. 자신감은 준비와 경험을 통한 숙련에서 나오고 자존감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당당한 표현은 건강한 자존감에서 나오고 건강한 자존감은 수용과 존중에서 시작된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은 M씨는 직장 중견 리더 1년 과정에서 실시한 평가 수업 주제발표를 통해 큰 성과를 이뤘다. 스스로 주제를 만들어 발표하는 개인 과제와 팀웍샵을 통한 과제 등 여러 항목 종합평가에서 75명 중 1등을 차지해 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았다. 스피치의 작은 성취감을 통해 직장에서 성공의 경험을 쌓은 후 M씨의 표정과 말의 밝기가 환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스피치는 자전거를 타는 법을 배우거나 타이핑을 배우는 것과 같다. 만약 그것을 연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삶의 모든 부분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후 M씨는 코로나에 걸린 필자를 대신해서 인문스피치 CEO과정을 대신 강의해주며 자신의 경험을 잘 나누었다. 결국 나다운 목소리를 찾는다는 것은 나의 경험을 나의 생각으로 재해석하고 스스로의 언어로 번역해 말하는 과정을 거쳐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말하는 내용은 곧 그 사람의 생각이며 그런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 언격言格이 곧 인격人格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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