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환경 이야기-프라이버시와 치유
치유환경 이야기-프라이버시와 치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29 17:0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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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부산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오지영/부산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프라이버시와 치유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갖기를 원한다. 나의 집, 나의 방 등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낼 수 있는 공간에 있을 때 마음의 안정감을 느낀다. 우리는 나만의 공간에서 안전함을 느끼고, 나만의 영역을 지켜내려고 나름의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어떨까? 병원의 다인실에 입원하게 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다른 사람과 한 공간을 공유하게 된다면, 그 가운데서 어떤 느낌을 받을까?

필자가 작년에 한국인 약 2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설문조사 내용 중 하나는 나의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치유 공간으로 인식될까?에 관한 것이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 많은 연구자들이 치유환경의 조건이라고 제시했던 여러 가지 공간적 요소들을 제시하고,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치유환경의 조건에 대해서 체크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프라이버시’가 확보될 때 나만의 공간이 ‘치유적이다’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꽤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필자가 발견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인의 공간, 즉 프라이버시 확보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과 프라이버시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스트레스를 느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는 더욱더 개인화가 되어가고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다가오게 되었다. 바이러스의 전파를 예방하기 위하여 식당, 숙박, 카페 등 다수의 불특정 인원이 이용하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1인실을 제공하거나 칸막이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1차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예방을 위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데 일조하였다고 생각된다. 즉, 프라이버시 확보는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바이러스에 전파경로를 어느 정도 차단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치유환경의 조건으로서 필수적이고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응답자들은 또 다른 치유환경의 조건으로서 타인과의 상호작용 및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서도 치유환경의 조건이라고 인식하는 비중도 꽤 높게 나타났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는가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확보되어 안정감을 누리기를 원하면서도 사람들의 소통을 통해 위안과 위로를 얻고 싶어함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적이고 지나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공간은 오히려 타인과의 소통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지나가고 있는 지금, 사람들은 축제, 모임 등에 활발한 참석을 하면서 타인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자리에 이전보다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사람들 내면에 내재되어 있던 욕구가 상대적으로 증폭하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동안 단절되었던 사람들의 내면에 누군가와의 만남, 소통을 통해서 위로와 공감을 얻고 싶었을 것이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다양한 공간들이 있다. 지하철, 백화점, 서점, 학교, 도서관, 은행 등, 이러한 공간에 개인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과, 타인과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공간이 제공된다면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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