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오늘은 내일의 추억이된다. 후회없기를!
아침을 열며-오늘은 내일의 추억이된다. 후회없기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02 15:45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승식/한국폴리텍대학 순천캠퍼스 컴퓨터응용기계학과 교수
박승식/한국폴리텍대학 순천캠퍼스 컴퓨터응용기계학과 교수-오늘은 내일의 추억이된다. 후회없기를!

지난 주말 완도에 있는 시골 촌집 마당 정리를 했다. 1961년에 필자가 태어난 곳이고 당시 동네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 서울 북성초등학교로 전학 갔으며 그 후 다시 중학교 2학년 때 완도로 전학와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자라온 시골집은 당시 초가집이었으며 그 후 선친께서 스레트집으로 1984년도에 약식으로 지으셔서 별 볼품은 없는 집이었다. 그러나 어머님이 홀로 되셔서 2000년도까지 혼자 지내시면서 이 집이 참 좋다 하시면서 노인정 가깝고, 오르내리는 사람 말소리도 들리고 오다가다 인기척 내면서 온 동네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동내 회관 바로 앞집으로 너무 좋다고 항상 말씀하시던 곳이었다.

20년간 정글집이 되어버린 이곳을 포크레인으로 지난 주말 깔끔히 운동장을 만들었으니 한편으로 주기적 관리를 못해 항상 오르내리는 동네 분들에게 미안했던 마음에 시원하기도 했고 한편으로 지키지 못한 마음에 못내 아쉬워 지금도 마음 한켠이 아련이 아려온다.

30년 전 아버님이 별세하시고 어머님께서 2000년도까지 애지중지하시며 보관하신 안방 중앙 벽면에 자리 잡은 당시 ‘쾌상’이라고 부른 검은색 계열 소나무 궤짝을 이번에 정리했는데 그 안에 우리 형제들의 어린 시절 모든 추억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자식들이 객지에서 보내온 편지를 비롯해 누구누구 집에 돈을 빌려준 기록, 돈을 빌린 기록, 갚은 날짜, 연필로 큼직하게 쓰신 맞춤법하곤 관계없이 소리 나는 대로 쓰신 아버님 글씨를 보고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중에는 필자가 1985년도에 인천에서 공부하면서 집으로 보낸 편지까지 한 건도 빈 것이 없을 정도로 모두 보관되어 있어 그때의 필자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어 그 시절 편지 한 장도 40년 세월이 흐른 뒤에는 소중한 추억이 되어 나를 반성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쓴다.

1980년도까지도 편지 말고는 별다른 통신 수단이 없었으며 전화가 있긴 했으나 길게 통화하지 못하는 습성과 전화요금도 만만치 않았고 막상 말을 하려면 제한된 시간 때문에 차분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라 급한 일이 있을 겨우 ‘전보’로 알리기도 했고, 부모님께 첫 월급을 용돈으로 보내려면 우체국 ‘소액환’으로 변경해서 보내는 시절이었으니 편지 쓰는 습관이 항상 몸에 배어 있었으며 ‘아버님, 어머님 전상서’로 시작하는 제목 문구에서 안부를 먼저 묻고 이곳의 사정과 잘 지내고 있다는 표현을 시작으로 소소한 내용들을 알려 드리고 보시는 즉시 답장해 달라는 마무리까지 ‘기-승-전-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글을 썼으며 자연스럽게 글짓기 연습이 되곤 했다.

지금은 카톡 문자가 대세고 기-승-전-결은커녕 알기도 어려운 ‘은어’ 등으로 짧은 문장으로 많은 뜻을 내포하는 문자 보내기가 대세인 시대에 살고 있음을 뭐라 탓하기 어려운 환경 변화이므로 이 또한 맞추어 시대 상황에 맞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또한 내일이 되면 옛 추억으로 묻힐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지금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함을 스스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 하나 누렇게 바랜 편지, 우리 형제들 학교 통신표, 졸업증서, 졸업장, 글짓기대회 상장, 그림그리기대회 상장, 개근상장, 정근상장, 등 한 보따리를 챙기면서 이 소중한 추억들을 깨끗하게 닦아서 한 장 한 장 헤지지 않도록 코팅해서 생존해 계신 두 명의 누님들께 보내 드렸다. 다른 두 분은 세상을 뜨셔서 필자가 잘 간직하면서 한 번씩 읽어보고 지난 추억들을 소환하면서 새롭고 좋은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하면서 좋은 추억을 쌓아 가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5년 전에 지금의 아파트로 입주가 시작되어 여러 가구들이 동시에 이사 오던 무렵 쓰레기 분리 수거장에 자녀들의 음악경연대회 상장, 미술대회 트로피, 각종 수상 메달과 자녀들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있는 상장들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것을 보고 가슴 아파했던 생각이 나서 이번 부모님의 보물상자처럼 보였던 ‘쾌상’ 안의 추억들이 더욱 소중한 생각이 들어 한 장 한 장 챙기면서 버려버린 추억들을 다시 소환하고자 하는 후회를 하지 않기를 하는 바램으로 소소한 나의 마음을 아침을 열며 공유하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