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보감-한여름에 감기-냉방병
도민보감-한여름에 감기-냉방병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06 15: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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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한여름에 감기-냉방병

7월에 들면서 장마의 시작으로 시원한 날씨를 기대했으나 때 이른 무더위로 뜨거운 여름 중의 여름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여름철 기온이 26도 이상으로 상승하게 되면 사람들은 덥고 불쾌감을 느끼게 되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해 냉방을 필요로 하게 된다. 실내에 오래 머무르면서 한랭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거나, 과잉 냉방으로 인해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이가 5~8도 이상 차이가 나게 되면 인체는 과도한 생리적 변화를 겪게 되고 이에 적응하기가 힘들어진다. 흔히 일컫는 ‘냉방병’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냉방병이란, 의학용어는 아니지만 여름철 냉방이 활발한 기간에 관찰되는 일종의 ‘밀폐건물증후군’으로 볼 수 있다. 더운 곳에서 추운 곳으로 옮겨갈 때 신체의 체온 항상성이 유지되지 못하여 생기게 되는 여러 증상들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심한 온도 차이로 인해 변화된 온도에 적응할 시간을 갖지 못해 인체 내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주요 증상은 두통, 재채기, 코막힘, 콧물 등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가장 흔하고 기력이 떨어지고 몸이 무거워지는 신중감, 배가 더부룩한 복만증, 설사 등의 위장장애도 생길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한랭한 기운에 취약하므로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생리통이 심해질 수도 있으며 노약자의 경우 안면신경마비 등 근육마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순환기의 균형이 깨져 혈압이 불규칙해질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냉방병은 에어컨 때문에 생긴 용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미 오래전 동의보감에서 언급된 바 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여름병 ‘중서(中暑)’의 한 종류인 음서(陰暑)병은 ‘여름철 찬 곳에서 더위를 피하다가 지나치게 냉기에 노출돼 서풍이 발생하며 찬 기운이 기(氣)의 순환을 방해해 발생한다’해서 현대의 냉방병과 그 의미가 통한다. 냉방병의 한방치료는 소모된 기혈을 보충하는 치료법을 주로 사용하며 진액을 채울 수 있도록 생맥산, 향갈탕, 청서익기탕 등의 처방을 활용한다.

또한 땀으로 냉기를 몰아내고 기능이 떨어진 중초(소화기)의 기운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이향산이나 곽향정기산을 쓰기도 한다. 냉방병은 평소 과로나 질병 등으로 몸 안의 원기가 부족하여 기온변화에 쉽게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더 잘 생길 수 있으며 증상도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는 면역 기능을 강화하고 기운의 순환이 원활하게 되어 기온변화에도 잘 견딜 수 있는 적응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외의 온도 차이를 줄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리고 체내 신진대사의 원활한 순환을 위해서 수시로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수박, 참외, 복숭아 등 수분 함량이 많은 여름철 제철 과일을 먹는 것도 좋다. 위장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라면 대추, 인삼, 생강과 같은 더운 성질의 차를 마시고 배꼽 아래에 있는 혈자리인 관원혈 주변으로 핫팩 등 따뜻한 온기를 더해준다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이 밖에도 냉방병에 좋은 음식인 유자차, 생강차, 오미자차, 매실차 등을 기호에 맞도록 다양하게 응용하여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체온 조절이 힘든 더운 여름철에는 건강을 상하기가 쉽다. 생활 속에서 건강을 위한 습관을 실천하고 혈액순환을 위한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고 건강한 여름날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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