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10년만 전국제패’ 진주여중 축구부
‘창단 10년만 전국제패’ 진주여중 축구부
  • 김동엽기자
  • 승인 2023.07.06 16:34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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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 속 ‘여자축구 명문학교’ 꽃 피우다

학교의 적극적인 행정지원·선수 밀착형 구단관리
학부모와 소통까지 삼위일체로 전국대회 우수 성적
축구는 응집력 중요…수준높은 지도력·헌신 성과
진주여자중학교 전경. /이용규기자
진주여자중학교 전경. /이용규기자

cantera(칸테라), 스페인어로 ‘채석장’을 뜻하는 단어다. ‘클럽, 그 이상의 클럽’을 지향하는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FC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축구단을 의미하기도 한다. 해마다 칸테라에서 뛰는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발굴돼 상위레벨에 이어 1군으로 콜업된다.


채석장속 엄청난 가치를 가진 원석을 다듬고 캐어내는데엔 구단 관계자들의 엄청난 안목과 통찰이 요구된다. 선수 혼자의 힘으로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진주여중 축구부는 칸테라의 원석이라기 보다, 힘든 산행속 마주하게 되는 바위틈의 암중화가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앳된 얼굴 수줍게 드러내지만 바위틈의 척박한 환경에서, 그 생명력을 다하며 하루하루 버텨왔을 한송이의 암중화와 같은 진주여중 축구부 선수들이 드디어 일을 냈다. 2021·2022년 추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서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더니 2023년 춘계연맹전에선 준우승을, 2023년 가장 큰 대회인 전국소년체전에선 기어이 우승까지 일궈내며 전국재패에 성공했다.

전국단위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연달아 싹쓸이 하는 진주여중의 대업 뒤엔, 아이들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물을 뿌리며 잠재력을 이끌어내, 햇볕으로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채찍질 하는 최인용 교장과 이상윤 감독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우리나라 여자축구의 풀뿌리 시스템의 최전선에서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대담.(편의상 최인용 교장은 ‘최’·이상윤 감독은 ‘이’로 표기했으며 존칭은 생략함)

진주여중 최인용 교장. /이용규기자
진주여중 최인용 교장. /이용규기자

최인용 교장 “훌륭한 축구인재 배출 위한 교육시스템 마련 노력할 것”
 

진주여중 축구부 이상윤 감독. /이용규기자
진주여중 축구부 이상윤 감독. /이용규기자

이상윤 감독 “축구부 바라보는 인식개선 선수단 자체의 만족도 제고”

-최근 전국단위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엄청난 성적을 달성하고 있다. 소감은?
▲최 : 우리 진주여중 축구부가 2013년 창단돼 올해로 딱 10년을 맞았다. 교장으로 부임한지 이제 1년 6개월, 그동안 여러 대회에 참가했지만 사실 가장 비중있는 대회는 전국소년체전이다. 전통의 강자인 울산 현대청운중과 맞붙어 결승에 진출해 우승을 일궈냈다. 학교차원에서도 엄청난 경사며, 교장으로도 큰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이 : 감독으로 2019년도 10월에 부임했다. 당시엔 선수층이 매우 얕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지역 남강초 선수들이 다른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고 본교로 진학해 실력을 키워온 것이 이와 같은 성과달성에 주효했다고 본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학교차원에서 아이들이 온전하게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신경써주신 덕이 아닌가 생각한다.

-축구부의 인적구성과 편재는?
▲최 : 정식교원인 체육교과선생님이 축구부장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이상윤 감독이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으며 홍한선 코치가 훈련을 서포트 하고 있다. 현재 25여명의 선수들이 우리학교 선수단으로 활약하고 있다.

진주여중 축구부가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자축구 중등부 우승을 차지했다. /진주여중
진주여중 축구부가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자축구 중등부 우승을 차지했다. /진주여중

-압도적인 성과의 비결을 콕 집어 얘기해준다면?
▲최 : 축구는 단체 운동이기 때문에 개인운동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내적 결속과 응집력이 중요한 이유다. 감독과 코치의 수준높은 지도력·헌신하는 자세로 조직력을 키워온 것이 중요했다고 본다. 더불어 학교차원의 애로사항 공유, 소통의 행정이 빛을 발한 것 같다.

이 : 지역 축구인재를 외부유출시키지 않은 것이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들의 인식개선을 빨리 안정화 시켜 본교에 진학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적으로 휴게시설 등 환경적인 부분이 크게 개선됐던 점도 우리 축구부의 위상을 높여 성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협회·시·도 차원의 지원은 무엇이 있나?
▲최 : 경남도교육청·진주교육지원청을 통해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진주시에서 교육보조금으로 5000만원 정도가 지급되고 있다. 이것을 축구부에서 상당부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중점학교스포츠클럽이란 이름으로 운영 중인 본교 축구부가 호성적을 내면 지원금의 수준이 증액되기도 한다. 식비, 체제비 등 출전경비가 만만치 않다. 결승까지 대략 10일간 머무르게 되면 그 금액은 더 커진다. 지자체의 지원이 더욱더 풍족해져 아이들이 운동하는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가르침의 대상이 유소년·여자 이기에 조심스러운 점이 많을 것 같다. 어떤가?
▲최 : 축구부 아이들은 다른 일반 학생들과 비교해 어려운 처지다. 운동과 학습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일반학생들과 관계의 소원함이 문제 될 수 있다. 이러한 고민을 상시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인성 없인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훌륭한 스포츠맨으로 성장하기 위해 교우관계에 대해 지혜롭게 처신하는 교육들도 진행하고 있다.


이 : 여학생들은 언어·행동·외적인 부분에 있어 훨씬 민감하기에 서로의 관계에서 상처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여자 아이들의 감정상태는 얼굴에 곧바로 드러난다. 이러한 감정이 피치위 플레이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내부 분위기 와해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여자코치 선생님과 아이들에 대해 꾸준히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진주여중 축구부가 ‘2023 춘계 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서 중등부 준우승을 차지했다. /진주여중
진주여중 축구부가 ‘2023 춘계 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서 중등부 준우승을 차지했다. /진주여중

-축구단 운영이 정규교과과정과 병행해 진행되나?
▲최 : 그렇다. 현재 경남의 중점학교스포츠클럽은 정규수업시간인 6교시·7교시 이후 운동을 한다. 수업전 오전운동을 하거나 수업후 오후운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앞서 축구부 아이들이 힘든 환경이라 언급한건 이런 맥락이다. 과거엔 수업을 4교시만 하고 훈련을 진행했지만 요즘엔 대부분 특별한 경우 제외하고 방과후 이뤄진다.

-유소년축구가 과도한 성적중심보다 선수차원의 창의력 발휘에 중점을 둬야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어떻게 보는가?
▲이 :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경계가 모호해 생기는 논란으로 본다. 두 범주는 다르게 봐야 한다. 축구부 아이들의 노력은 온데간데 없고 단순히 결과로만 재단해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선 안된다. 앞서 말했듯 경계의 구분이 확실해야 한다고 본다.

최 : 유럽 등 선진국의 체육활동 체계를 도입하며 아직 무르익지 않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현상이라 본다. 선진체계가 자리잡고 안정화 되는 정착의 시간이 필요하다. 과도기적 상황에서 국민들과 체육현장 지도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개선 될 것이다.

-환경적인 제약조건이 많다고 들었다.
▲이 : 그렇다. 운동장 사용에 관해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올해부터는 차량으로 15분 정도 소요되는 모덕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축구화는 HG, FG, AG(운동장에 따른 축구화 스터드의 구분)등을 가릴처지가 못된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축구화의 재고부족으로 구매가 불가하기에, 사이즈만 있다면 일단 무조건 사야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부상을 위해서라도 스터드가 높은건 지양하고 있다.

-축구부 선수에서 진로를 전환하는 아이들을 위한 노력은?
▲최 : 객관적인 학생의 역량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학부모·교사·학생간 끊임없는 소통이 정말 필요하다. 진로전환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모두가 함께 학생의 상황을 진단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학생이 행복해야한다는 대전제 위에서 사전적·사후적으로 어려움을 해결할 다양한 소통창구를 운용중이다.

-시·도·협회·국가차원에서 유소년 여자축구에 지원을 더 해줬으면 하는 부분은?
▲최 : 한국여자축구의 토양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능 등으로 인지도가 높아진건 사실이지만 기본적 저변이 좁다. 실업팀이 더 많이 창설돼 프로구단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또한 지역 내 고등학교에도 축구팀이 만들어져 교육의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 금전적 자부담이 어려운 여자축구에 대한 지역·기업의 후원이 절실하다. 아이들이 운동하는 과정 속 상위레벨 실업팀 개수가 늘고 이것이 프로화로 이어져야 한다. 결국 많은 기업의 후원이 필요한 것이다. 더하여 신분적으로 안정된 코치진에 대한 대우를 말하고 싶다. 현장의 노고에 대해 상응하는 대우가 필요하다.

-진주여중 축구부의 궁극적이고 교육적인 지향점에 기한 포부·결의에 대해 말해달라.
▲최 : 본교가 2025년에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훌륭하고 많은 선배들이 사회에 포진해 계신다. 이제 우리 진주여중 축구부에서도 훌륭한 축구인재를 배출해 체육계에서도 학교의 위상을 드높일 것이다. 선수 수급 문제 해결, 고등학교 까지 일관성·연계성을 갖춘 교육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누가 후임교장으로 부임해 경영하든, 그동안의 성과가 무너지지 않도록 관심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 현재 축구단 업무의 분업화는 매우 잘돼 있다. 이러한 환경을 지속시키겠다. 개인적으로도 진주여중 축구부를 더 발전시키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선수스카웃, 지원 등 산적해 있는 문제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건 우리 축구부를 바라보는 학부모의 인식, 선수단 자체의 만족도 제고다. 이를 위해 늘 앞장 서겠다. 김동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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