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스피치-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 여행(13)
맛있는 스피치-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 여행(1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12 16:2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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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
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 여행(13)

스피치는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직장에서 회의나, 프리젠테이션, 모임에서 자기소개 또는 건배사, 면접과 심층 구술 면접 등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스피치의 순간들이 찾아온다. 평상시엔 말이 좀 없어도 괜찮다. 조용하고 신중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조차 입을 떼지 못한다면 단번에 능력 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기에 말을 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말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에 맞는 전달력 있는 말하기는 경쟁력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하기 연습과 몸성 습관이 되도록 평소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소리와 자세의 습관을 통해 진로가 변한 여고생의 사례를 살펴보자. S여고 2학년을 대상으로 명품취업반 컨설팅을 1년여 하며 L양을 만났다. ‘NCS 직업기초능력평가’를 통해 의사소통, 수리, 문제해결능력을 통해 역량을 키워가는 과정이다. L양의 목표는 은행원이었다. K은행에 입행하기 위한 금융 분야 역량개발과 컴퓨터 활용 자격증, 자소서, 지원 동기 등 꾸준히 목표를 향해 준비해온 L양의 첫인상은, 말수가 적고 어두워 보였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의 소망이기도 한 은행원 통과과정에서 필기전형에 합격한 뒤 1, 2차 면접까지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1차 자기소개 및 구술 면접에서 두 번 연거푸 떨어졌다고 한다.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한 것이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필자를 찾아온 그는 어깨와 등이 굽은 자세였다. 컴퓨터를 많이 한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서 가끔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람을 만나도 고개와 눈은 아래로 향해져 있어 소통하고 공감하는 부분에서 뒤떨어졌다. L양을 좀 더 알기 위해 DISC검사를 통해 현재 형성된 성격을 파악하고 목소리 진단 15가지 항목을 체크했다. 목소리에 힘이 없고 작아서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내는 L양에게 자세부터 목소리까지 새롭게 디자인하는 집중 시간을 가졌다.

먼저 두 다리는 골반 너비로 벌리고 허리, 등, 머리가 일직선이 되도록 바른 자세를 취해 소리를 내는 연습을 시작했다. 양손은 배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도록 아랫배에 가볍게 두고 숨을 들이마신 후 하품을 하듯 입을 크게 벌리며 하~~ 공기를 몸 밖으로 내보내다가 서서히 아~~ 소리를 내며 닫힌 소리에서 열린 소리로 만드는 과정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공기만 빠져나가다가 공기에 날숨을 얹어 소리를 내면 공기 반, 소리 반의 느낌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목구멍을 크게 열고 입을 최대한 벌려 단어를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나가는 연습은 소리뿐 아니라 자신감을 키워주는데 좋은 방법이다. 호흡법과 발성은 하루아침에 잘되지는 않는다. ‘맥스웰 말츠’는 21일 동안 원하는 행동을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고 했다. 매일 비슷한 훈련을 3초, 5초, 7초, 10초간 반복함으로써 그 방법이 익숙해지도록 연습했다. 점점 발성 시간을 늘려나가면서 떨림 없는 안정적인 소리를 낼 수 있었고 자세도 좋아지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3개월 꾸준한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바른 자세와 발성으로 답답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가 크고 시원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집중훈련을 통해 목소리가 트인 L양은 원하던 K은행에 당당히 합격했다. 은행에 취업한 후에도 L양은 인문스피치아카데미교실에 와서 다양한 분들과 ‘자신감리더십 과정’을 공부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러던 중 6개월가량 은행원 생활을 한 L양의 마음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어렵게 들어간 은행을 포기 하는 게 쉽진 않지만 어릴 때부터 홀로 자신을 키운 아버지의 소망을 이루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뒤늦은 고백을 듣게 되었다.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어렵게 L양을 키운 그간의 과정을 듣고 L양을 이해하는데 많은 실마리가 풀렸다.

대학 진학을 위해 면접을 준비했고 고등학교 내신 점수로 수시응시에 합격했다. 지금은 대학 3학년으로 회계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던 착한 여고생의 바램이었지만 막상 직업 현장에서 스스로 질문하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 과정까지 인생의 큰 전환점을 경험한 사례이다. 이런 경험이 만들어낸 변화와 도전은 자신을 대표하는 시그니처스토리가 된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이 경험은 L양에게는 잊지 못할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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