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월아산은 발걸음으로 무성하다
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월아산은 발걸음으로 무성하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16 15:1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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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담/한국디카시학 주간·시인
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월아산은 발걸음으로 무성하다
박우담/한국디카시학 주간·시인

성당의 종소리 울린다.
종소리에 나는 아침 일찍 잠이 깼다.

꿈의 잔해 속에 침묵으로 마주하는 나목. 봄을 기다리는 나목 기지개 켠다. 여린 잎으로 사알짝 몸을 가리고 봄을 맞이한 그녀 종탑을 따라 자라나는 폐지, 손수레에 끌려가던 매일 지나치던 노구

누군가 먼 길 나섰다는 종소리

무거운 짐 벗어 던지고 그녀가 길 떠났다. 찬 바람 불어오니 가면을 벗어버리고 오직 내면으로 들어갔던 그녀

이별과 만남은 끝이 없다.
종소리 울린다.

초록에서, 새에게서 나는 평온을 얻었다.
봄을 맞이한 나목
이제 그날이 왔다. 부활의 그날이

(이기성의 ‘나목’)

월아산 정원 박람회장에 갔다. 빗소리 들리고 군락으로 있는 수국이 관람객을 반기고 있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이기성 시인의 ‘나목’이다. 이 시인은 월아산 합재곡에 들어가 독서와 텃밭 가꾸기로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그가 거처하는 곳이 왜 합재곡인지, 농장 찾기가 어려웠다. 비 내리는 소리와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 그리고 비에 젖은 나무와 잎이 떨리는 모습 등 환상적이었다. 덤으로 고라니가 먹이 찾으러 온다니 늘 자연과 감성의 접점에 그는 기거하고 있다.

월아산의 지킴이가 된 시인은 가끔 지인들을 초대해서 파크골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파크골프 지도를 하고 있다. 남강 변에 잘 조성된 파크골프장의 수혜자인 셈이다.

작품 ‘나목’을 살펴보면 ‘나목’ ‘성당’ ‘종소리’ ‘종탑’ ‘평온’ ‘부활’만 보아도 아주 평온한 그림이 그려진다. 특히 ‘종소리’는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종소리’는 특정 문화나 종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 종교적인 의식이나 축제에서 ‘종소리’는 기원이나 기념일을 알리는 역할을 하며, 이에 따라 종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그와 연관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산사의 ‘종소리’나 교회의 ‘종소리’ 그리고 성당의 ‘종소리’는 개인 또는 종교적인 상징일 것이다. ‘성당의 종소리 울린다.’ 요즘은 성당의 ‘종소리’ 듣기 힘들다. 어릴 적 무슨 종소리냐고 물으면 할머니가 누군가 “무거운 짐 벗어 던지고 길 떠났다.”고 했다.

이기성은 천주교 마산교구 소속으로 신앙강좌를 80년대 이후 김문배, 김수업, 강희근, 김재경 교수와 함께 꾸준하게 활동하였다. 진주 민속연구회 초대 회장, 하대성당, 금산성당 초대 사목회장을 역임하였다.

‘종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그와 연관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나 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들리는 ‘종소리’는 자연과의 조화를 느끼게 한다.

이기성은 ‘폐지, 손수레에 끌려가던 매일 지나치던 노구’라고 말하고 있다. ‘종탑을 따라 자라나는 폐지’라고 표현한 시인의 사소하거나 구석진 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눈여겨 바라보는 시선이 훈훈하다. ‘가면을 벗어버리고 오직 내면으로 들어갔고’에서 종교적 성찰을 보여주고 있으며, ‘부활’이 복선을 깔고 있는 듯 ‘이별과 만남은 끝이 없다.’ 말한다.

어린 시절에 ‘종소리’를 들으면서 좋은 기억이나 특별한 순간을 경험한 사람은 종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을 회상하거나 떠올릴 수 있다. 각 개인은 종소리에 대해 자신만의 경험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종소리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다양할 수 있다. 빗소리와 빗방울에 떨리는 나뭇잎을 보면 사람들은 평온함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는 예술적인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 이 또한 이기성 시인이 합재곡에서 생활해가는 이유일 것이다. 비 내려도 월아산은 발걸음으로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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