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환 칼럼-“건강한 미래와 지속가능한 의료환경을 위해서는”
장성환 칼럼-“건강한 미래와 지속가능한 의료환경을 위해서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16 15:1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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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
장성환/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건강한 미래와 지속가능한 의료환경을 위해서는”

1982년 이전에는 야간(12시~4시)통행금지가 실시되어 이를 위반하면 구류에 처해지는 일이 있었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야간에는 응급환자의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으련만 현실은 불가능하다. 중증환자 응급상황은 의사 근무시간이 아니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당연히 응급환자 대응을 위한 시스템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작동되어야 한다.

과거 응급실 당직은 주로 전공의가 담당해왔으나, 전공의들의 흉부외과, 산부인과, 외과, 신경외과 등 어렵고 힘든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이제는 교수들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전공의 시절 1주일에 한번만 속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가고 병원에서 숙식하며 살았다는데, 지금은 언감생심이다. 근로기준법은 1주일에 40시간 이상 근무를 금하고 있는데 전공의들은 80시간까지만 가능하도록 제한되었고, 병원의 의료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고난도 수술을 숙련된 의사로부터 직접 도제식으로 배워야 하는 전공의가 사라지고 환자 배를 직접 열어본 의사가 점점 없어지다 보니 전국적으로 대동맥, 뇌혈관, 간담췌외과 등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처럼 필수 의료 분야는 앞으로 은퇴할 전문의 숫자가 점점 신규 배출되는 전문의보다 많아지면서 태부족 현상이 점점 심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동안 중증응급수술을 직접 담당하던 대학교수의 사명감과 희생으로 버텨오던 필수 의료의 위기를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낭만닥터 스토리로는 결코 타개할 수 없다.

의료관리학을 한다는 어떤 학자는 의사수를 늘리면 해결될 것처럼 강변하지만, 의사수가 늘어난다고 비급여 항목이 많은 미용 통증 개원이 아니라 점심도 거의 못 먹고 24시간 물만 마시면서 일주일 밤샘은 기본인 고된 생활을 누가 나서서 하려고 하겠는가 되묻고 싶다.

응급실 뺑뺑이로 소아 환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와중에 보건복지부가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하여 24시간 소아의료 전화상담, 12개월 미만 영유아 입원료 50% 가산, 야간 휴일 달빛어린이병원 수가 개선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고는 하지만, 소아청소년과에서 다소 자극적인 언어로 ‘소아청소년과 폐과선언’ 등 기자회견을 하고 이에 언론이 관심을 보이자 사후약방문으로 놓은 대책에 불과하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복잡다기하게 얽혀 있는 대한민국 의료제도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과거 우매한 정치권에서 초음파, MRI 검사 등 선심성 건강보험 보장책을 남발하면서도 필수 의료 대책은 등한시하는 바람에 건강보험재정이 점점 고갈되고 있으며, 검사비로 인한 수익증가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던 상급종합병원은 전국적으로 외래환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의료전달체계 왜곡현상은 고착화되고 있다.

우선 전국 각 지자체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필수 의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여 지원하여야 하고, 정치권에서 작금의 보건의료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는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고 미래세대들에게 건강한 미래와 지속가능한 의료환경을 구축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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