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보감-한의학에서의 산전 산후 관리
도민보감-한의학에서의 산전 산후 관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19 16: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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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한의학에서의 산전 산후 관리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에게는 삶의 출발인 탄생이 가장 큰 사건이 아닐까 싶다. 한 생명이 발생하고 성숙하여 세상으로 나오는 데에는 그를 잉태한 모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를 출산하며 여성의 신체는 많은 변화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흔히들 말하는 산전 관리, 산후 관리는 그런 과정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한의학에서도 이러한 산전 산후 관리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동의보감 잡병편의 부인과 부분을 보면 임신하기 전의 양생 방법에서부터, 10개월간 각 개월별 발생과정과 주의할 점, 임신오조(입덧)를 다스리는 방법, 태동이 불안할 때의 치료법, 해산 후의 조리법과 산후 보약, 산후부종, 산후풍 치료를 위한 처방 등 매우 자세하고도 다양하게 출산 전 과정에서의 관리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현대의 한의학에서도 다양한 처방과 술기를 사용하여 태아의 안정과 원활한 출산, 출산 후 임산부의 회복을 돕고 있다. 대표적인 처방과 함께 그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임신 시 가장 많은 산모들이 호소하는 불편함은 임신오조(입덧)이다. 전체 임신부의 80% 가까이 입덧 증상을 호소한다 한다. 입덧이란 임신 시 느끼는 구역감과 구토 증상인데, 대개 임신 초기에 시작되어 15주 정도 이내에 소실되지만, 임신 후기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는 구토가 격심하여 탈수 증상이 오고 체중이 줄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입덧을 임신오조라 하는데, 담(痰)의 일종으로 보아 이진탕, 귤피죽여탕, 귤령보생탕 등의 처방을 통해 효과적으로 치료한다. 내관혈(손목 내측 아래 5cm지점)의 자극 또한 입덧에 도움이 되는데, 이는 입덧밴드 등의 제품으로도 나와 있다. 입덧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평소 구역감을 유발하는 향취와 음식을 피하고, 포만감이 들지 않도록 적게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출산 과정 자체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처방도 있다. 출산예정일 2주 정도 전부터는 달생산을, 진통이 시작되고부터는 불수산을 복용하여 진통 시간을 줄이고 원활하게 태가 배출될 수 있도록 한다. 이들 처방에는 자궁평활근의 수축과 이완을 원활하게 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처방을 복용하고 출산할 경우 대조군에 비하여 진통 시간이 유의미하게 짧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단 출산을 하고 난 뒤에 산모는 원활한 오로 배출과 회복에 힘쓰게 된다. 오로란 출산 후 자궁에서 배출되는 분비물로써, 태반이 떨어져 나간 뒤 자궁내막이 재생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며, 때로는 복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때는 오로 배출을 돕는 처방인 생화탕을 쓰는데, 어혈을 풀고 몸을 따뜻하게 해서 순환을 돕는 처방이다. 어느 정도 오로가 배출되었다면, 출산 과정에서 크게 상한 기혈을 회복시키는 보허탕을 쓴다.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인해 수분이 저류되고, 비대해진 자궁의 정맥 압박으로 인해 부종이 생기곤 하는데, 산후에도 빠른 회복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보허탕은 보약의 개념이지만 동시에 순환을 돕고 부종을 빼는 약재들이 들어 있어 붓기를 빠르게 제거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이들은 수유 여부에 관계없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처방이다.

위에서 소개한 모든 처방들은 전통적으로 오랜 기간에 거쳐 검증되어 왔고, 현대에 와서는 다양한 연구 논문을 통하여 과학적으로도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한의학적인 산전, 산후 관리를 통하여 힘든 출산의 과정이 조금 더 건강하고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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