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다른눈으로 세상읽기-시대를 잇는 다리, 베이비붐 세대
김성진의 다른눈으로 세상읽기-시대를 잇는 다리, 베이비붐 세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19 16: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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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
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시대를 잇는 다리, 베이비붐 세대

남강을 가로지르는 대교를 바라본다. 진주를 관통하는 남강에는 열 개가 넘는 다리가 있다. 다리는 지역 간의 교류와 소통 역할을 한다.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겠다는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처럼 희생의 의미도 있다. 필자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남강에는 사람이 건널 수 있는 다리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시대는 변하여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동차도 많고, 사람들의 활동 범위도 넓어지다 보니 지금은 저 많은 다리도 부족해 보인다.

현대에 들어 대한민국은 유교적 구시대에서 개인주의적 시대로 급변했다. 시대에 맞게 규범이나 도리의 기준도 변해간다. 여기서 개인주의란 개인 이기주의가 아니라 미래지향적 개인 자립 시대를 말한다. 이런 급변한 시기엔 정착까지 세대 간의 문화 차이로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강의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다리처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시대와 시대를 잇는 가교역할의 세대가 필요하다. 가족이나 가문 중심의 유교 시대와 개인 중심의 일인 자립 시대를 연결하는 변화의 시기에 공교롭게도 베이비붐 세대가 존재한다.

베이비붐 세대란 전쟁 후 안정기에 접어들 때 태어난 세대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이에 해당한다, 현재 대부분의 60대가 이에 해당한다. 부모를 부양하면서 자녀에겐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였고,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민주화를 이룬 세대다. 한마디로 시대의 다리 역할을 한 세대다. 필자 역시 베이비붐 세대다 보니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조금이나마 일조한 것에 자랑스러운 마음도 있다.

지금은 평균 수명이 늘어 초고령화 시대로 변했다. 인구 구조의 불균형으로 유교적 구조는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현 위치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그 구조를 끊어야 한다. 문제는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힘들게 일해 온 만큼 남은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지만, 그럴 만큼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후세대에 짐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국가에서도 고령자 자립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연금제도를 만들었고, 노인복지에도 힘써왔다. 하지만 대책은 급변을 따라가지 못해 자립도는 턱없이 낮다. 더군다나 세월은 야속하게도 지금 이들을 현장에서 퇴장시키고 있다. 아직 건강하고, 경험도 많고, 일도 더 하고 싶은데 말이다. 하지만 후세대를 위해서 안타깝지만 자리를 비켜주어야 한다.

베이비부머 스스로 자립을 모색해야 한다. 힘들겠지만 첫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중추적인 위치는 아니더라도 노후를 스스로 해결하는 삶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베이비붐 세대가 가진 경험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립을 해야 할까. 비록 적은 수입이지만 환경, 교육, 돌봄, 건강, 안전, 감시, 문화, 예술 등의 비생산적이지만, 현대에 필요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과거의 위치를 완전히 잊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간접적이지만 사회를 떠받치는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우리는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국가가, 사회가, 자녀가 책임져 주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제적, 사회적 역할을 찾아 자립하여야 한다. 여기서 꼭 필요한 것은 국가가 그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위에 거론한 분야를 발취하여 현재의 중추 세대에겐 부대적인 작은 일 때문에 큰일을 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고, 은퇴 세대에겐 갑작스런 경제적 사회적 단절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동네와 동네를 연결하는 다리가 지역 간의 교류와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베이비붐 세대는 유교적 구시대에서 자립의 미래세대로 전환하는 과정의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 시대의 주역들에게 훌륭한 선배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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