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사람의 품위
진주성-사람의 품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21 13:3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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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사람의 품위


‘탈무드’는 유대교의 율법, 전통적 습관, 축제, 민간전승, 해설 등을 총망라한 유대인의 정신적, 문화적인 유산으로 유대교에서는 토라(Torah)라고 하는 ‘모세의 5경’ 다음으로 중요시하는 책이다. 이 고전에 현재의 우리 생활에 교훈이 될 혀(舌)에 관한 우화가 있어 공유하고자 한다.

어느 날 왕이 광대 두 명을 불렀다. 한 광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악한 것을 찾아오라”고 하고, 다른 광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을 가져오라”고 명하였다. 두 광대는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다 몇 년 후 왕의 앞에 나타나 찾아온 것을 내놓았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제시한 것은 ‘혀’였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면 허공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하기가 쉬우나 그렇지가 않다. 말의 진짜 생명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글이 종이에 쓰는 언어라면 말은 허공에 쓰는 언어이다. 허공에 적은 말은 지울 수도, 찢을 수도 없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자체의 생명력으로 공기를 타고 번식한다. 말은 사람의 품격을 측정하는 잣대며 품격의 품(品)은 입 구(口)자 셋으로 만든 글자이다. 입을 잘 놀리는 것이 사람의 품위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것이다.

‘논어’에도 입을 다스리는 것을 군자의 덕목으로 꼽았다. 군자의 군(君)을 보면, ‘다스릴 윤(尹)’ 아래에 ‘입 구(口)’가 있다. 입을 다스리는 것이 군자라는 뜻이다. 세 치 혀를 간수하면 군자가 되지만, 잘못 놀리면 한 소인으로 추락한다. 공자는 “더불어 말하여야 할 사람에게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더불어 말하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하면 말을 잃는다.”라고 하였다.

어느 유명 작가도 “생각이 언어를 타락시키지만 언어도 생각을 타락시킨다”고 말하였다. 나쁜 말을 자주 하면 생각이 오염되고 오염된 집에 자신이 살 수밖에 없다.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백 번 중에 한 번 후회하지만,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 하면 백 번 중에 아흔아홉 번을 후회한다고 했다. 말은 입을 떠나면 책임이라는 추(錘)가 기다리며, 덕담은 많이 할수록 좋지만 잘난 척하면 상대방이 싫어하고, 허세는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람의 품위는 마음만 가지고 있어서도 안 되고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말고, 흥분한 목소리 보다는 낮은 목소리가 더 위력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 앞에서는 굽신굽신하다가 돌아서면 함부로 말하는 이중적인 말은 지극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즉 사람의 품위는 그 사람의 말에 달려있으니 옛 성인도 삼사일언(三思一言)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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