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내가 왜 이럴까
기고-내가 왜 이럴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25 15:47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개모/합천군 문해강사
정개모/합천군 문해강사-내가 왜 이럴까

1.가설극장
6-70년대 경에는 가끔 시골에 가설 극장이 온다. 당시 관람료는 10원으로 기억나는데 10원이 없어 천막 밑으로 기어 들어가다 감시원에 발각되면 코피 칠갑 두들겨 맞는 것이 일쑤이다. 어느 날 우리 동네에 가설극장이 왔다. 역시 돈이 없어 기어 들어가다 발각되어 눈알이 튀도록 두들겨 맞았다. 이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칼로 천막을 째고 보면 되겠지 하고 한 뼘 정도 천막을 째고 보는데 또 감시원에 들켜 천막값도 물어 주고 너무 구타당하여 그때 골병이 들어 지금도 삭신이 쑤신다. 하는 수 없이 다음 가설극장 때는 엄마를 졸라 10원을 타서 정상적으로 영화를 보는데 생전 처음 보는 영화, 나는 영사기를 쳐다보는데 다른 사람들은 영사기 반대쪽을 보는 것이었다. 순간 영사가 반대쪽에서 활동사진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아는 척 나의 약점을 감추었다.

2.세차
Miss kim은 오랜만에 날씨가 개서 그저께 구입한 승용차 세차도 하고 애인도 만날 겸 설레는 마음으로 세차장에 가서 접수하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세차 차례가 돌아와서 세차 홈에 들이대야 하는데 자기 차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세차장 종업원은 빨리 차를 집어넣으라고 다그치는데 차가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된 일일까. 아무리 찾아봐도 자기 차는 보이지 않았다. 즉시 파출소에 신고하여 마지막 주차한 곳, 세차장 일대를 수색하기 시작하였다. 이게 웬일, 승용차는 김 양 집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 경위를 살펴보니 자전거를 타고 세차장에 가서 세차 접수를 하게 된 것이다. 이거 참 뱀이 후진하며 가분나리(소진드기) 똥 쌀 일이다.

3.땅콩서리
보릿고개를 모르는 신세대, 서리란 단어를 이해하기는 좀 어려울 것이다. 이는 표준어도 아니며 방언도 아닌데 다만 민간 속어로 미약한 먹거리를 훔치는 행위로 통용되는 듯하다. 어느 날 열댓 살 먹은 서너 명이 황강변 모래밭에 어둠을 틈타 땅콩 서리에 나섰다. 이파리 무성한 땅콩밭에 들어가 땅콩 줄기를 아무리 더듬어 보아도 땅콩이 만져지지 않았다. 아직 땅콩 열매가 달릴 시기가 아니라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와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땅콩 이야기를 하는데 누군가가 이번 일요일에 땅콩을 캔다고 말하였다. 그때서야 땅콩은 줄기에 달리는 열매가 아니고 뿌리에 달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둑질도 알아야 성공하지 모르면 실패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