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축구인재의 요람으로 우뚝 선 ‘진주 남강초등학교’
대한민국 여자축구인재의 요람으로 우뚝 선 ‘진주 남강초등학교’
  • 김동엽기자
  • 승인 2023.07.25 16:02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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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 성적보다 선수 잠재력 키우는 축구명문

연맹전·여왕기대회 모두 3연패 위업
여자축구 뿌리로 자리매김한 축구명문
선수들 위한 미래지향 구단 운영 눈길
남강초등학교 전경. /이용규기자
남강초등학교 전경. /이용규기자

진주 남강초 여자축구부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빌드 업(Build-Up) 축구를 지향한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아이들이 전술에 익숙해지는 동안 대회에서 연거푸 패배하기도 했다.


초등부 대회에서 단기간 성적을 내기 위해선 소위 ‘뻥 축구’를 통해 문전 앞으로 공을 붙이기만 하면 승리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동료를 믿고 만들어가는 ‘빌드 업 축구’는 팀에 온전히 녹아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그래도 채준우 감독은 우직하게 눈앞의 성적보다는 아이들의 미래를 내다봤다. 아이들이 갈매기 조나단처럼 지금의 안위보다는 먼 미래의 선수경쟁력을 확보해 진정한 축구선수로서의 자아실현을 이루길 바라는 지도자로서의 안목이었다.

달콤한 지금의 승리보단, 힘들더라도 팀이 추구하는 전술을 체득하는 연습이 훨씬 내실 있다고 판단한 통찰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춘·추계 여자축구연맹전, 여왕기전국대회까지 3연속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년 4번의 대회 중 3개 대회를 휩쓸었다.

이옥숙 교장은 채 감독을 믿고 구단운영의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이내 인조구장과 야간경기가 가능한 조명시설이 설치됐다. 휴게시설의 노후화를 개선키 위한 예산편성도 교육지원청에 적극 건의하고 있다. 남강초 축구부의 앞날을 위해서 행정적 걸림돌을 제거하고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발로뛰는 행보도 눈에 띈다.

아이들이 참가하는 대회가 열리는 강원도 화천까지 수시간에 걸쳐 왕복하는 등 따뜻한 모성애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감독의 선수성장에 대한 혜안, 원활한 운영을 위한 교장의 환경적 제약요건의 제거가 맞물리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옥숙 남강초 교장. /이용규기자
이옥숙 남강초 교장. /이용규기자

이옥숙 남강초 교장 “현재의 행복 알고 미래 가꾸어 나가길”

채준우 남강초 축구부 감독. /이용규기자
채준우 남강초 축구부 감독. /이용규기자

채준우 남강초 축구부 감독 “더 높은 선수로 성장해 땀 보상받길”

다음은 남강초 이옥숙 교장과 채준우 감독과의 대화.

-최근 남강초 여자 축구부가 써가는 놀라운 성과들에 대한 소감은?
▲이 : 2022년 9월 1일자로 본교에 부임했다. 10개월 정도 지났다. 채 감독이 워낙 아이들을 잘 지도해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엔 축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우리 학교 축구부 경기를 보고 대회에 따라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알아가게 됐다. 교장으로서 당연히 열정을 다해 우리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의무다. 자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꿈을 찾아서 진로를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할 것이다.

▲채 : 2013년에 감독으로 부임했다. 우리 축구부의 성적이 나기 시작한건 2017년 이후부터다. 본교에 부임하시는 모든 교장선생님들이 워낙 다들 축구에 열정적이시고 후원과 투자를 많이 해주셨다. 현재 이옥숙 교장선생님도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고 있기 때문에 성과가 있지 않나 싶다. 앞으로 믿음과 기대에 부흥하도록 열심히 팀을 이끌겠다.

2023 춘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 초등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남강초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강초
2023 춘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 초등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남강초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강초

-남강초 축구부 역사에 대해 알려달라.
▲이 : 우리학교 축구부는 2012년 창단됐다. 1년 후 채 감독이 부임했고 2017년에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이후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년 4번의 대회 중 3개 대회를 휩쓸었다. 학교 역사관엔 다양한 대회 우승 트로피가 있다. 전국 춘·추계 여자축구연맹전, 여왕기 전국축구대회 등 전국대회 우승깃발을 모두 갖고 있는 자랑스러운 남강초 여자 축구부다.

-정점을 찍으면 내려 갈 법도 한데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 비결은?
▲이 : 우리 채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 덕분이다. 더불어 인조구장 마련, 야간훈련과 경기가 가능토록 조명시설 설치 등 환경적 지원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휴게시설 최신화를 위한 예산반영을 교육지원청에 요구한 상태다. 학교가 살림을 잘 살아 지속적 지원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채 : 우리는 목표를 뚜렷하게 잡고 있다. 성적이 아니라 어떤 선수로 성장할 것인가의 ‘잠재력’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기본기가 중점이 돼야 한다. 단기간 성과를 위해 과도한 훈련은 지양하고 있다. 우리의 신념과 철학으로 우직하게 지도해갈 것이다.

2023년 경남초중학생종합체육대회 여자축구 우승 모습. /남강초
2023년 경남초중학생종합체육대회 여자축구 우승 모습. /남강초

-축구부 인적 구성은?
▲이 : 현재 선수 10명, 감독, 코치, 축구부 담당 정식교원으로 구성돼 있다. 초등학교 축구부는 선수 확보가 매우 어렵다. 감독님도 고생을 많이 하셨다. 선수단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감독님과 코치님이 보조를 잘 맞춰주고 계신다. 축구부 담당 선생님은 어머니처럼 선수단을 챙기며 각별하게 신경쓰고 있다.


-협회, 시·도차원 지원정책들은 무엇들이 있나? 더 확대됐으면 하는 부분들은?
▲이 : 시설적인 지원 뿐 아니라 대회 참가 전 연습부터 본경기까지 운영경비가 적극 지원되고 있다. 또한 연맹에서도 1500만원 정도의 발전기금이 참가횟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물론 재정적 어려움은 있다. 코치님의 급여, 복지 등이 개선됐으면 하지만 경남 내 수많은 중점학습스포츠클럽들이 있는 만큼 한정된 재원에서 무작정 요구 할 수만은 없다.

▲채 : 이 부분은 교장선생님의 의견과 맥이 같다. 여자축구연맹에서도 문체부에 많은 요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자체 학교사정 마다 제각각 다른 현장 지도자들의 처우에 대해 구조적으로 개선 노력을 이어가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경기 전 의지를 다지고 있는 선수들. /남강초
경기 전 의지를 다지고 있는 선수들. /남강초
훈련 중인 남강초 여자 축구부 선수들. /남강초
훈련 중인 남강초 여자 축구부 선수들. /남강초

-고등학교 축구부가 없어 교육연계성 확보가 어렵다는 상급학교 지도자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보나?
▲이 : 공감한다. 진주에 초·중·고 축구부가 운영된다면 성적도 좋아질 것이고 이른 초등교육과정부터 진입하는 축구인재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 본다. 진주여중 최인용 교장과도 얘기했지만 진주 지역에 고등학교 축구부가 창단돼 교육 연계성을 이어갔으면 한다.

▲채 : 남강초에서 진주여중으로 진학한 학생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진로에 대한 연속성이 보장 됐기 때문이다. 도차원의 연계육성팀이 있긴 하지만 우리지역 진주에서도 고등부 축구팀이 창설됐으면 한다.

-저출산 문제로 인한 지방소멸현상이 축구부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거라 보는가?
▲이 : 물론이다. 선수확보에 치명적이다. 게다가 남자 축구의 경우는 클럽 활성화가 되어 있지만 여자축구의 경우는 저변도 좁고 인식도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진 못한 것이 현실이다.
중학교는 선수활동의 연장에서 진학이 이뤄지기에 인재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초등학교는 선수확보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채 : 우리는 스카웃을 위한 인력 풀이 좁기 때문에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다.
생활체육으로라도 운영되는 유소년 여자 축구 클럽이 활성화 돼, 엘리트 축구로 자연스럽게 흡수 될 수 있는 경우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드리블하는 남강초 선수. /남강초
드리블하는 남강초 선수. /남강초

-진로를 위한 축구부 학생들 학부모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이 : 학부모님들과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학교와 각 가정간 유대관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 상담선생님이 학기에 한번 씩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축구부 학생들이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이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채 : 아이들의 의견을 늘 들으려 한다. 현재로선 대부분이 중학교까지 선수활동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열망이 강하다. 중학교 측에서도 본교 경기에 참관하고 있다. 아이들의 역량파악을 통해 선수생활이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성장기 아이들이라 부상염려가 많을 것 같다. 지원은?
▲채 : 부상은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예방책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장선생님께 웨이트기구, 러닝머신, 싸이클, 보조근력기구 등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마련해 주셨다. 아이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트래핑하는 남강초 선수. /남강초
트래핑하는 남강초 선수. /남강초

-끝으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 : 우리학교의 바라는 인간상은 ‘배움의 주인이 되어 행복한 오늘을 가꾸는 어린이’다. 우리 남강초 아이들이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이 순간 행복의 소중함을 알고, 더 많이 가꾸어 나갔으면 한다. 공부를 하면서도 축구를 하면서도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행복들이 쌓여 더 큰 미래행복으로 꼭 이어졌으면 좋겠다.

▲채 : 아이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해서도 모교를 찾아오는 애틋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 남강초 여자 축구부 유니폼엔 ‘희생’이라는 큰 글자가 박혀있다. 어린나이 다른 아이들처럼 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꿈을 위해서 그런 것들을 참고 이겨내는 것을 보면 대견하다. 지금의 희생정신이 있어야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더 높은 위치의 선수로 성장해 지금의 땀이 보상받길 간절하게 바란다. 김동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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