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스피치-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14)
맛있는 스피치-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1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26 16:1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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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
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14)

사람의 품격은 말의 품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같은 말이라도 정보를 전달하는 형식과 스피치의 방법에 따라서 듣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도 있고 오히려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어떤 언어적 관점을 통해 자신의 소리를 자신 있게 내느냐에 따라 자신의 말의 힘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말과 목소리는 진정한 자기 찾기의 시작이다. 마음을 열게 하는 공감 언어는 감동을 주고, 감동은 행동하게 한다. 자신을 알지 못해 불안하고 방황했던 O양의 칩거부터 자신의 소리를 찾는 여정까지의 사례를 살펴보자.

27세 O양을 만난 것은 그녀의 부모님을 통해서이다. 아버지는 어느 선거 출마를 위한 소견 연설 코칭을 받기 위해 CEO과정에 입문했다. 이후 그의 어머니 또한 여성지도자과정에서 임원을 맡고 있어 남편의 소개로 초급과정에 입문해 과정을 마쳤다. 2개월 정도 지났을 때 O양의 어머니로부터 상담 전화가 걸려 왔다.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한 딸이 집에서 생활한 지 2년이 지났는데 문밖을 나오지 않으려 한다는 걱정과 애타는 속내를 드러낸 통화였다. 일단 상담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O양과 함께 편안하게 한번 방문할 것을 말씀드렸다.

통화 후 한 달여 정도가 지나서야 O양이 필자의 아카데미로 찾아왔다. 언뜻 보기에도 100Kg이 넘는 체구였다. 키도 족히 175cm 이상은 되어 보였다. 무표정한 얼굴과 무미건조한 목소리엔 그동안 움직이지 않은 흔적이 그대로 드러났다. Ice Break를 위해 따뜻한 목련차 한잔과 치유 음악을 배경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편안한 상태로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어떤 대상에 대한 가장 정직한 느낌은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가슴으로 먼저 온다고 했던가, 큰 체구에 비해 눈동자는 맑고 순수한 마음까지 전해졌다.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먼저 공감되는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첫 만남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짬뽕이라는 정보를 알게 되었고 그녀와 함께 인근 짬뽕 맛집을 찾아가 함께 짬뽕을 먹으며 조금씩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갔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다. 살을 빼고 싶은데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도 없고 스트레스 푸는 법을, 먹는 것으로 해결하다 보니 100kg가 넘는 체중이 계속된다고 했다.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하고 물리치료사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면접에서 떨어지고 난 후 상처 입은 마음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고 했다. “정말 사람에 대한 불안증이 극복될 수 있을까요?” 의심에 찬 어조로 그가 물었다. 좋은 질문은 늘 좋은 답을 끌어온다.

입안에서 맴도는 답답하고 막힌 소리를 배에서 끌어 올린, 탁 트인 소리로 만드는 효과적인 훈련은 목의 아치를 열고 발성하는 것이다. 먼저 목소리 트레이닝 연습일지를 만들어 30일 목소리 트레이닝을 목표로 삼았다. 매일 연습일지를 채워가며 연습 완료 여부를 O, X 방식으로 스스로 체크 하게 했다. 처음엔 소리가 터져 나오지 못하고 입 주변에서 맴돌았지만, 아치를 열고 발성 연습을 해보니 큰 체구만큼 뱃심도 좋아 소리의 음폭이 금방 달라지고 자신의 키톤(key tone)을 찾을 수 있었다.

한 번도 좋은 목소리를 내는 방법에 대해 배운 적이 없었기에 그동안 방치했던 낮고 작은 소리를, 시원시원한 좋은 목소리로 변화되는 경험은 밖으로 나오는 좋은 동기가 되어 주었다. 이어서 물리치료사 면접도 준비했다. 그는 첫 실습지였던 서울보훈병원을 목표로 자기소개와 지망 동기, 직업의식 및 인생관 등을 정리해서 발표했다. 물리치료사로서 환자를 향한 마음을 설명하기 위해 허리 디스크가 있는 필자가 환자로 누워 물리치료를 받으며 그가 잘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했고, 장점을 발견하며 기록했다. 가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다가 입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라져버리는 경험을 하는데 생각나는 단어나 문장을 바로 정리하여 발표하는 훈련을 하며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담은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5개월 뒤, 80여 명의 지원 경쟁을 뚫고 보훈병원에 당당히 합격한 소식을 전해 듣고 가슴 벅찬 기쁨을 함께 나눴다.

말은 나의 이미지를 결정하고 내면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스피치 교육이 단지 목소리를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알게 해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좋은 에너지로 사용된다. 그는 100kg이 넘는 자신의 체중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 자주 넘어지는 환자를 일으켜 세우고 부축하는 인기 있는 물리치료사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는 자신감이 없을 때 자꾸 움츠러든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고 내 목소리를 내보자. 좋은 목소리는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고, 우리는 단지 그 목소리를 깨우면 된다는 사실이다. 내 안의 잠든 목소리를 깨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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