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처염상정(處染常淨)
진주성-처염상정(處染常淨)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06 15:5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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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처염상정(處染常淨)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경남 곳곳에는 연꽃이 활짝 피어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연꽃은 꽃송이의 크기도 크기지만 매우 아름다워서 ‘꽃 중의 꽃’으로 불리운다. 연꽃을 이르는 표현으로 처염상정(處染常淨)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한다는 말로 연꽃의 성격을 잘 대변하는 말이다.

연꽃은 진흙탕물 속에 살면서도 꽃잎을 혼돈과 더러움에 물들이지 않은 채 의연하게 살아간다. 처염상정은 연꽃과 같이 비록 몸이 혼돈되고 깨끗하지 못한 곳에 머물지라도 마음과 영혼만큼은 언제나 맑고 깨끗함을 잃지 말라는 의미다.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는 연꽃은 사바세계에 뿌리를 두면서도 깨달음을 추구하는 불교 사상을 압축하고 있다. 불교의 시작에도 연꽃이 함께 있었다.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을 때마다 그 자리에 연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부처님 가르침을 떠오르게 하는 연꽃의 계절, 여름이 찾아오면서 전국 사찰과 지자체에서 잇따라 연꽃축제를 개최해 눈길을 끈다.

부처의 상징인 연꽃은 열 가지 특성을 지녔다고 한다. 첫째,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둘째, 연꽃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는다. 셋째, 연꽃이 피면 물속에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가 가득하다. 넷째, 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잎을 유지한다. 다섯째, 연꽃의 모양은 둥글고 원만해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즐거워진다. 여섯째, 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일곱째, 연꽃을 꿈에 보면 길하다. 여덟째, 연꽃은 피는 동시에 필히 열매를 맺는다. 아홉째, 연꽃은 만개했을 때 색깔이 곱다. 열번째, 연꽃은 싹부터 다른 꽃과 구별된다.

연은 불성(佛性)으로도 비유된다. 연꽃이 더러운 물에서 피지만 뿌리에는 반드시 맑은 샘물이 있어야 한다. 물속의 연꽃 씨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고 있다가 다시 움을 틔워서 꽃을 피운다.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불성이 언젠가는 발현된다는 불교의 진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진흙은 연꽃 없이 존재할 수 있어도 연꽃은 진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마음은 부처 없이도 수백만 개가 존재할 수 있지만 부처는 이 모든 마음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가 연꽃을 꽃 중의 꽃으로 여기는 이유는 연꽃이 매우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연꽃처럼 청정하고 맑고 아름답게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연꽃이 지기 전에 근처의 연꽃단지를 찾아 우리 자신을 비춰보는 기회를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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