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좌우파(左右派)
도민칼럼-좌우파(左右派)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07 16:16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좌우파(左右派)

우리가 사는 경상남도에서는 상대를 한방에 날려 보내고 싶으면 ‘좌파 빨갱이’라고 하면 된다. 어려운 말 다 치우고 사전적 의미로 빨갱이가 무엇인지 한번 알아보자! 좌파(左派)는 무엇이고 우파(右派)는 무엇인가? 우파(右派)는 종래의 사회 질서와 사적 소유권을 옹호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회계급과 경제적 불평등을 자연법, 경제 원리, 전통 등에 따른 불가피하거나 자연스러운 결과로서 바라본다. 이들은 작은 정부와 시장에 의한 경제적인 자유를 추구하고, 강한 안보와 전통 및 소유권 보호를 통해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원한다. 반대로 좌파(左派)는 평등을 추구하고 사회계급과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려 하는 정치적 입장으로, 우익과 대립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사회적 계층에 반발하고 큰 정부와 국가 권력의 간섭에 의한 불평등의 해소를 추구하고 인류의 보편적 평등을 보장함으로써 사회가 좀 더 이상적으로 변하기를 원한다, 라고 씌어 있다.

주변에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국가가 나서서 문제 있는 인간들은 다 잡아 가두어야 한다’고 말하면 그는 우파인가? 좌파인가? 돈 좀 있다고 사람 무시하는 인간들은 망신을 당해야 한다고 하면 좌파인가? 우파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진영논리로 명확하게 나눌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그러니 좌파니 우파니 하고 나누는 이들은 실상 극우나 극좌밖에 없다. 그런 ‘갈라치기’ 언어를 쓰는 사람이나 정치인이 있다면 ‘나는 무식한 사람입니다’ 하는 것을 자인하거나 그 프레임으로 악랄하게 사람들을 조종하고 싶은 이들일 것이다.

요즘 세상이 뒤숭숭하다. 옛말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는데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교육을 실행하면서 그들보다 더 잘났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막말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더니 지난 7월에는 새내기 교사가 학교 창고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참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전에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교사를 때려서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는가 하면 중학생까지 교사에게 폭행을 가하고 이러한 일들이 결국 쌓여서 교사들이 주말마다 교권회복(敎權回復)을 위한 거리집회를 하고 있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좌파가 만든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생 인권이 강해져서 교사의 입지가 좁혀졌다고 진영논리를 내세우는 이들이 있다.

인권(人權)이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인정받는 것인데 한쪽이 존중받는다고 다른 한쪽이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교권과 학생 인권이 대립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애도하는 벽보에 학생들의 권리가 강해져서 교사의 권리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글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문제는 자기 아이만 우선이라는 인식을 가진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이다. 신고만 들어와도 직위를 해제하는 학교 시스템은 손을 보아야 한다. 교사에게 직접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교장이나 교감 혹은 그 민원을 대신할 담당자를 별도로 두어 정리해주는 시스템도 도입되어야 한다. 아울러 폭력 학생의 경우,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학교 보안관이나 경찰이 바로 투입되어 제지하여야 한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무엇인지 아시는가? 이 세상을 계급으로 나눠서 보는 눈이다. 그 계급은 어디서 나오는가? 돈과 권력에서 나온다. 돈이 곧 권력이고 권력은 돈을 만들 수 있다.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계급인가? 교사가 가진 위치나 집안 배경, 혹은 재력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그보다 더 세다고 생각하는 그릇된 인식의 학부모는 교사를 존중하기보다 자기 아이를 우선할 것이다. 아시는 것처럼 서초구는 전세만 해도 다른 지역의 집 한두 채를 살 수 있는 강남의 핫플레이스다. 그곳의 학부모 민원이 어느 지역보다 많다는 뉴스를 보았다. 설마 했는데 합동조사 결과는 어느 높은 학부모를 보호하고 싶은 것인지 유야무야 별 내용이 없다.

근래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도 이와 마찬가지다. 부자 부모를 둔 젊은이들의 나이 드신 경비원 하대 사건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갑(甲)은 을(乙)에게 함부로 하고 을(乙)은 병(丙)을 우습게 대하고 병(丙)은 정(丁)에게 난리를 치는 세상. 그러는 사이, ‘묻지마살인’이 연이어 벌어지고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그러면 더 강력한 제재가 발동하겠지만 근본적인 우리 사회의 병폐에 대한 치유나 변화 없이 우리는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데도 좌파니 우파니 한가하고 못된 소리나 하고 있을 것인지?

어느 파(派)이든 좋은 정책이면 가져다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의 본래 민족성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과 다 같이 잘 사는 대동세상(大同世上)이었는데 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자애로 돌보는 신개념 향약(鄕約)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닌지,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자니 미래의 손자 손녀가 걱정되어 결혼하고 자식 낳으라는 소리가 안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