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해괴한 논리의 기막힌 해법
진주성-해괴한 논리의 기막힌 해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08 15:4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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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해괴한 논리의 기막힌 해법

급한 불부터 먼저 끄라는 말이 있다. 선후 완급을 가려서 대처하라는 뜻이다. 오송 지하차도의 참사는 생때같은 억울한 죽음이 14명이다. 급한 불을 안 꺼서다. 신고를 받은 즉시 차량 진입만 막았더라면 원통하고 억울한 죽음도 없었고 애통 절통해야 할 유족도 없었을 것이며 네 탓 내 탓 따질 이유도 없고 국민이 분통 터트릴 이유도 없으며 왕배야 덕배야 하는 정부의 추한 모습도 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논리도 해법도 참으로 희한하다. 왜 차량 진입을 신속하게 통제하지 않았는가를 따져야 할 일인데, 왜 물이 넘쳤느냐를 물고 늘어져 국민을 분통 터지게 한다. 참으로 괴상망측한 논리가 물난리보다 더 난리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스럽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물이 제방을 넘어서란다. 물이 제방을 넘지 않으면 아무 일이 없었을 것인데 넘친 물이 원인이다. 그러면 물이 잘못했네. ‘맞다’. 보수공사 중이든 아니든 물이 안 넘쳤으면 사고는 안 났을 것이다. ‘맞다’. 원인제공을 물이 했으므로 인책 사유는 넘친 물에 있다. ‘맞다’. 넘친 물도 억울하다. 비가 많이 와서다. ‘맞다’. 그러면 비가 죽일 놈이네. ‘맞다’ 비도 억울하다. 하늘이 내려보내서 왔다. ‘맞다’. 그러면 하늘이 죽일 놈이네. ‘맞다’ 이렇게 하면 ‘맞다’일까? 물은 낮은 곳으로 가게 되어있다. 침수된다고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다. ‘맞다’ 아닌가? 그 많은 차량이 오가는 한강 잠수교는 수시로 물에 잠겨도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한강물이 착해서다. ‘맞다’ 하면 맞는 건가?

신고를 받은 즉시 차량 통제만 했더라면 참사가 아닌 침수로 끝날 일이었다. 길은 오가라고 만들어졌다. 이태원 참사도 길을 가다가 사고를 당했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길을 가다가 당한 참사다. 부산 초량동 지하차도 침수 참사 사건을 까맣게 잊고 있지만 3년 전인 2020년 7월에 차량 7대가 침수돼 9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다.

해법도 절묘하다. 부산 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배수펌프가 죽일 놈이었고, 이태원 참사는 길을 간 사람이 잘못이었고, 이번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하늘이 죽일 놈이다. 국민은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된다는 건가. 왜? 정부는 잘못이 없어 책임질 사람도 없다는데 잘못한 하늘의 책임이다. ‘맞다’라고 하면 맞나? 황당한 논리와 해괴한 해법. 하늘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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