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빛을 회복한 명절, 광복절
장영주 칼럼-빛을 회복한 명절, 광복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10 16:0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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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빛을 회복한 명절, 광복절


8월 15일, 광복절(光復節)은 일제의 침탈로부터 벗어나 사람으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빛을 되찾은 날이다. 사람뿐 아니라 뭇 생명에게 자유란 곧 빛의 발현인 것이다. ‘사람’은 ‘살(肉)’과 ‘앎(知)’이 합쳐진 말로 살은 보이는 육신이고 앎은 보이지 않는 정보이다. 결국 정보가 깃든 육신이 ‘사람’인 셈이다.

사람이 죽으면 “훨훨 벗고 떠났다”라고도 한다. 이는 육체라는 껍질과 그것에 담긴 정보들을 옷 벗듯이 다 내려놓고 떠난다는 뜻이다. 그처럼 덧없이 사라지고 마는 외피를 ‘껍’ 또는 ‘깝’이라고 한다. 그래서 껍질, 껍데기, 검불 등등의 단어가 있다. ‘껍(깝)죽댄다’는 ‘껍(깝)데기는 곧 죽을 것이다’는 뜻이다. ‘까불지 마라’는 말은 껍질에 불과한 껍(깝)에 줏대 없이 이리저리 불려 다니지 말라는 충고이다.

요컨대 껍질은 본질 같은 실체가 아닌 것이다. 자유의 빛은 껍데기가 아닌 실체인 본성의 빛이며 광복절은 그 생명의 빛을 되찾은 명절인 것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사람을 ‘천지의 씨앗’이라고 했다. ‘지화자(地花子) 좋다’라는 추임새는 “사람이 하늘의 뜻과 땅의 보살핌에 의지하여 생명을 꽃피우니 모두가 조화롭구나”라는 진리의 전언이다. 하늘의 씨가 땅의 보살핌으로 꽃피고 열매 맺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한민족 특유의 찬란한 철학의 산물이다. 이 거룩한 빛이 과연 쉽게 유지될 수 있을까?

천우신조로 광복절을 받았지만 이 땅은 5년 뒤인 1950년, 6.25 전쟁 아닌 전쟁을 당하고 만다. 전쟁이란 첫째, 선전포고가 있어야 하고 둘째, 국가 총동원령이 내린 상태에서 벌어지는 셋째, 나라 간의 운명이 걸린 대규모 유혈사태를 뜻한다. 육이오 동란은 김일성의 남침에 의해 느닷없이 일요일 새벽에 대한민국이 당한 일방적인 침략이다. 아직까지도 선전포고 없는 비겁한 기습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찾은 광복의 빛을 다시 또 잃지 않도록 얼마나 많은 군복이 피로 물들었는가! 군복뿐이랴! 6.25뿐이랴! 그간 백성들의 흰옷 위로도 얼마나 많은 뜨거운 피가 뿌려졌겠는가? 평화의 빛은 오로라의 자연광처럼 결코 거저 오지 않는다.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어두움을 겪을 만큼 겪고 나서야 만날 수 있는 빛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명한 자는 예방을 할 수 있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 예방이란 부국강병 이외의 것이 또 있을 수 있겠는가. 교묘한 언사와 능란한 외교술도 자국의 든든한 국방 체력, 경제적 배경, 국민의 단합 된 호국 의지 위에서만 그 효력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당대 세계적대국인 수나라의 침략을 물리친 고구려인의 자주광복의지는 실로 강렬하였다. 고구려의 인구를 적게는 70만 명, 많게는 350만 명까지 추정한다. 살수대첩 당시 수나라 정규군의 수가 113만3800명이니 가히 세계대전이 아닐 수 없다. 인구와 전력의 압도적인 차이와 6차례의 끈질긴 침공에도 불구하고 수나라는 고구려에 완패당하고 결국 멸망하였다. 고구려인들의 빛을 잃지 않으려는 정신력이 얼마나 막강했는지 ‘고구려인의 노래’ 노래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오호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어리석은 한나라 아이들아! 요동을 향해 헛된 죽음의 노래를 부르지 말라. 문무에 뛰어나신 우리 선조 한웅이 계셨고, 면면히 이어진 자손들, 영웅호걸 많으셨다. 주몽 태조, 광개토님 위세는 사해에 울려 더할 나위 없다. 유유(紐由), 일인(一仁), 양만춘(楊萬春)은 침공한 자들, 스스로 얼굴빛 질려 쓰러지게 했도다. 세상 문명은 우리가 가장 오래니 오랑캐 왜구 다 물리치고 평화를 지켰다. 유철(漢무제), 양광(隋양제), 이세민(唐태종)도 보기만 해도 무너져서 망아지처럼 도망갔다. 영락기공비(광개토대왕비)는 천 척, 만 가지 기가 한 색으로 태백은 높단다” 이러한 웅혼한 기백과 밝은 정신력으로 고구려는 7백여 년간 동북아시아의 맹주로 자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고구려도 정권의 핵심인 연개소문의 아들들의 갈등과 배신으로 668년이 되자 돌연 안으로부터 허물어졌다. 수나라의 모든 침략을 물리친 뒤 불과 50여 년 뒤의 어이없는 낭패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흡사하지 않은가. 세계를 풍미하는 한류 문화와 인류를 선도하는 과학기술로 세계 10위권의 국력의 선진국인 대한민국이 오히려 12위로 하락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모든 것이 우리 안의 정치권의 격렬한 쟁투와 방치된 갈등으로 생명의 빛을 점차 잃어가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다시 ‘홍익인간 이화세계’라는 근원의 빛을 회복해야 한다. 한민족의 불변의 건국이념으로 인류의 투쟁력의 어두운 역사를 밝은 평화의 창조력으로 비추어야 한다. 지구촌 전역에서 ‘나와 민족과 인류를 구하는 광명의 인재’들을 양성해 나갈 때 지구촌은 진정한 ‘광복천지’가 될 것이다.

“광명천지 대인간(光明天地 大人間)” 대한국인발 평화창조의 빛살이 나날이 지구 끝까지 퍼져나가길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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