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환 칼럼-“전구 올빼미의 희망”
장성환 칼럼-“전구 올빼미의 희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13 15:3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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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
장성환/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전구 올빼미의 희망”

‘2023년 세계 뇌전증의 날’ 기념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넌지 작가의 ‘지구돋이(Earthrise)’라는 미술작품에는 달에서 떠오르는 푸른 지구가 담겨있는데, 이는 최초로 달 궤도에 진입한 유인 우주선 아폴로 8호가 1968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촬영한 지구의 모습을 작가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표현한 것이다.

당시 우주선에서 우주비행사가 창세기를 읽으며 달과 지구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고 하는데, 넌지 작가는 이 이야기에 감명받은 ‘전구 올빼미’가 달 표면에서 느끼는 뭉클함을 그림에 표현하고 있다.

한 가지 특기할 것은, 작품 속 올빼미의 머리가 스스로 빛을 발하는 전구의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인데 이는 넌지 작가의 희망을 담은 고유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살아있다는 것 자체를 은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빛’을 선택했고, 빛을 모든 세상의 기원이자, 온 우주를 여행하며 건축하기 위한 주춧돌로 보고 있다.

작가는, “나는 누구인지, 어떤 원리로 살아있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사고들. 이 끝없는 물음들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 온 사방에서 반사되어 나를 비추는 빛과 조우하게 되고, 그래서 빛이 그림을 통해 더욱 연구하고 싶은 소재이자 주제가 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뇌전증을 경험하면서 이를 극복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 두뇌 속에 흐르는 전기신호와 뉴런 세포들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우리 뇌 속의 뉴런이 안정적으로 전기신호를 전달해야 자아 성찰과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 정보들을 저만의 감각과 색채로 기록하기 위한 오브제가 바로 ‘뉴런’과 ‘전구’입니다”라고 강조한다.

뇌전증은 전기적 신호가 뇌 신경세포에 작용하여 발병하는 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도 37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보통사람으로 살아가기에 충분함에도 과거의 그릇된 편견으로 소외되기도 한다.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2015년부터 국제뇌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에서는 매년 2월 둘째주 월요일을 뇌전증의 날로 정했는데, 2023년 2월 뇌전증의 날에는 뇌전증 환우분들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희망의 메시지를 통한 의미 있는 작품 활동을 통해 표현한 넌지 작가가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뇌전증 환자들은 충분히 약물로 조절되는데도, 편견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뇌전증 환자 10명 중 3명은 사회적 낙인을 느끼고 있으며, 뇌전증 환자의 44%가 직장에서의 해고와 부당한 대우, 파혼과 이혼, 배우자로부터의 부당한 대우, 절교, 욕설 등과 같은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뇌전증 관리·지원법은 뇌전증의 예방 진료 및 연구와 뇌전증 환자에 대한 지원 등에 관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립·시행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뇌전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뇌전증 환자의 인권 보호 및 재활과 자립이 이뤄질 수 있는 토대가 되는 법으로, 환자들의 권익 신장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범국가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조속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

뇌과학자 에릭 캔델은 ‘통찰의 시대’에서 시각과 감정에 따른 뇌의 반응을 조명하고, 뇌가 정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이러한 과정은 컴퓨터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인간만의 창의적 능력이고, 창의성이야말로 보편적인 정서를 자신만의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열쇠라고 하였다.

넌지 작가는 ‘빛’을 통해 인간의 창의성과 희망을 표현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EARTH’ 글자를 머리에 그윽이 담은 채 너무나 따뜻한 빛을 발하며 ‘전구 올빼미’가 바라보는 푸른 지구의 모습은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내밀며 품어주는 희망에 찬 지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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