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스피치-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15)
맛있는 스피치-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15)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16 17:1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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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
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15)

사람은 각자의 몸에 맞는 목소리 톤을 가지고 있다. 마치 피아노의 음계 ‘도레미파솔라시도’처럼 각자 맞는 톤을 몸속에 가지고 있기에 목소리는 바꾸는 것이 아니라 키 톤을 찾는 것이다.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본래의 목소리 즉 내 몸에 맞는 키 톤을 찾게 되면 성대의 피로도 낮고 오랫동안 말을 해도 정확한 소리를 얻을 수 있다. 자주 목소리의 피로를 느끼거나 목이 쉰다는 것은 자신의 키 톤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 좋지 못한 음성은 자신의 음성구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 흔히들 목소리는 그저 목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복잡다단한 목소리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목소리 역시 후천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자신의 목소리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자신의 키 톤을 찾지 못하고 높은 음역의 톤으로 소리를 낸 결과 성대 결절 진단을 받은 M씨의 사례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M씨는 중학교 교사다. 중학교 직업, 진로 특강 차 갔던 곳에서 처음 만났다. 모습은 50대 여교사였는데 사회를 맡은 그의 목소리는 남성의 소리였다. 20여 년을 주로 남자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기에 높고 억양이 굵은 남자 톤의 소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최근 교무까지 맡아 바쁘게 생활하던 중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며칠 전 이비인후과에 갔다가 성대 결절 수술을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목소리가 허스키하고 걸걸하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막상 성대 결절진단을 받고 보니 그동안 자신이 바쁘게 살아왔던 시간과 목소리를 바꾼 것 같아 회의감이 든다고 하소연하며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수술을 받고 나면 한동안 말을 하지 말라고 하니 어떻게 하면 수술 없이 목소리가 좋아질 수 있는지 필자의 아카데미로 찾아온 것이다. 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심하다면 외과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호흡이나 발음, 발성 훈련으로 좋아지는 방법도 있다. 소리가 허스키한 사람의 경우 목소리가 갈라지는 현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목소리 내는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성대 결절이 재발할 수 있어서 기본 발음과 내게 맞는 발성법을 익혀야 한다.

성대는 보통 때는 호흡을 위해 열려 있으나 말을 할 때는 성대가 서로 마찰하고 진동하면서 소리를 만든다. 남성은 1초에 100~150번, 여성은 200~250번 진동하는데 부드럽게 접촉해 진동할 경우, 부드러운 소리가 나오고, 강하게 접촉해 진동할 경우는 강한 소리가 나온다. 성대는 마치 악기의 줄처럼 길이, 굵기, 긴장도를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음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것이다. 큰 소리를 지르거나 말을 많이 하게 되면 목이 쉬는데 이는 성대 근육에 무리가 와서 양쪽 근육의 접촉면이 서로 잘 닿지 않는 것이다. 제대로 접촉하지 못해 진동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바람 빠지듯 쉰 목소리가 나온다.

목소리 갈라짐이 심한 M씨의 경우도 톤을 너무 높게 사용하고 말을 할 때 목에 힘을 주어 말을 해 온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아 성대 결절까지 진행된 것이다. 스스로 목소리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더 크고 분명한 소리를 내기 위해 목소리를 쥐어짜는 형식으로 말하려니 힘이 많이 들어간 것이었다. 쥐어짜는 목소리에는 갈라지고 꺾이는 뾰족한 소리를 동반한다. 발성 학자들은 가장 좋은 목소리는 동그란 소리라고 말한다. M 씨의 경우 가장 먼저 훈련한 것은 복식 호흡과 함께 입안을 하품하듯이 동그랗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동그랗게 만들어 말하기만 해도 소리내기가 한결 편안해지고 성대의 진동을 느낄 수 있다. 동그란 소리는 부메랑과 같다. 우리의 목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울림을 진동으로 느낄 수 있다. M씨는 턱을 아래로 내려 달걀을 세로로 세워놓은 모양으로 입을 최대한 벌려 주고 말하는 연습을 지속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를 한 음절 한 음절 입을 크게 벌려 발음하면서 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편안하게 소리를 냈다.

좋은 목소리의 공통적인 특징은 풍부한 울림이 있는 것인데 목이 아프지 않은 편안한 발성과 올바른 억양, 공명이 잘 되는 풍부한 소리를 연습해야 한다. 또한 허스키한 목소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고성을 지르는 등 목에 무리를 줄 수 있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마스크 공명 발성 훈련을 통해 둥근 울림을 만들어 소리가 부드러워진 M씨는 수술 없이 생활 속 실천을 통해 좋아진 상태로 학교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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