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집 나오면 즐거워(3) 배는 채웠고, 시장 구경을 하였다. 갈치를 말리는 주인은 갈치를 막대기에 넥타이 모양으로 걸어 두고, 양 끝에는 빨간 고무장갑을 끼워 두었다.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갑자기 육지로 올라와 넥타이를 메고 품위 유지를 해야 하는 갈치남의 패션이 눈길을 끌었다. 몸값이 뛴다. 그래도 신사적으로 예의를 차린다고 넥타이를 맨 모습이 신기하고 주인의 아이디어도 좋았다.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일도 재미있었다. 송이는 멋을 낸다고 빨간 구두를 신었다. 아무래도 발가락이 아플 것 같아, 만물상회에 들어가 벗겨지지 않은 신상의 덧신을 3000원 주고 사서 신었다. 부산역에서 택시를 탔다. 전포1동에 살고 있는 고향 친구는 몸이 아파 몇 년 전부터 잘 걷지를 못했다. 연락을 취했더니 집에 있다고 하였다. 집에 도착하자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구 밖에서 만나면 아무도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집안은 도우미가 와서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니 혼자 살아도 걱정이 없다며, 남편과 사별을 하고 자식들은 출가를 해서 가정을 꾸리며 잘 살고 있다며, 친구들이 왔는데 몸이 아파 대접도 제대로 못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였다.
믹스커피를 마시며, 친구가 “오늘 저녁은 내가 꼭 회를 대접해야 한다”며 안내한다고 휠체어를 타고 식당으로 갔다. 50년 만남의 빌미를 삼아 꼭 대접을 한다는 이유였다. 함께 보조를 맞추며 신호등을 건너 약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아파트 정원을 지나가는데 큰 호수가 있었다. 저녁의 호수는 잔잔하게 외등의 불빛을 받고 시커멓게 생긴 고기들이 돌아다녔다. 바다가 있어 그런지 상쾌함보다는 찝찝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횟집 골목에 들어서니 간판들이 너무 많아 어느 가게로 들어가야 할지 몰랐다. 친구는 휠체어가 들어가는 가게를 알고 있어 다행히 함께 들어갔다. 식당 사장은 일부러 개조를 하여 만들었다며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우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예약된 방으로 들어갔다. 널찍하고 시원해서 좋았다. ‘ㅇㅇ횟집’ 메뉴판에 있는 150,000원 모듬회를 시켰다. “오늘은 너거가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울매던지 묵어라”라는 말을 연발하였다.
먼저 나온 부식들을 먹으니 입맛에 잘 맞았다. 깻잎, 콩나물, 미역국, 도라지무침, 청양고추, 배추김치, 생선튀김 등 사이다, 소주 1병을 따르고 건배 ‘친구들 반가워’하고 한 모금을 먹었다. 회를 먹을 때는 소주를 먹어야 생선과 궁합이 잘 맞다고 했다. 드디어 모듬회가 나왔다. 야~아 하고 웃으며 박수를 쳤다. 노란 접시에 담겨있는 회는 우리에게 실망을 주었다. 우선 생선들의 색상이 붉지 않고, 창호지처럼 얇고, 일렬로 깔려 있는 것이 도대체 싱싱해 보이지 않았다. 노량진 수산 시장에는 회를 보면 탄력이 있고 씹을수록 단맛이 났다. 꼬들꼬들하고 감칠맛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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