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몽골기행(1)
도민칼럼-몽골기행(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17 16:2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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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몽골기행(1)

경남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몽골에 문학기행을 간단다. 다짜고짜 묻지도 않고 신청했다. 선착순에 잘리지 않기 위해서다. 하루하루 기다리는데 마치 어렸을 때 설날을 손꼽듯 했다. 세월이란 놈이 빠르기가 바윗돌을 맞고 튕긴 총알처럼 가더니 막상 손가락을 세고 있으니 하루하루가 더디기만 했다.

드디어 역사적인 날인 2023년 6월 30일이 밝았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까지 장장 네 시간을 그 빠른 비행기를 타고 간단다. 일찍이 비행기를 타 봤던 것은 진주에서 제주도에 몇 번 오갈 때뿐이다. 이륙하고 착륙하는 과정 빼고는 공중비행했던 시간은 고작 2, 3십 분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70년 넘게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던 나로선 설레지 않을 수 없다.

부부가 동반하지 않고 나 홀로 떠나는 여행을 아내는 조금도 탓하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준비해 둔 여행 가방을 꼼꼼하게 챙겨 준다. 또한, 딸과 사위에겐 여행경비를 바라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거금 1백만 원을 봉투에 담아 들고 헐레벌떡 달려와 전해주질 않는가. 정말이지 행복하기 그지없는 맘으로 나설 수 있었다.

우리를 이끌고 4박 6일을 책임질 정철상 여행사 대표는 1990년부터 33년 동안 3, 4백여 회에 걸쳐 한국 관광객을 인솔했단다. 이로 인해 모든 일정을 똑소리 나게 체크 했었나 싶다. 김해공항까지 어떻게 가나 걱정했는데 진주에까지 관광버스를 보내 편리를 도모해 준다질 않는가. 그런가 하면 진주 문인협회 상임이사님께서 진주역 광장까지 차를 태워 준다는 전화가 왔다. 손 안 대고도 코를 푸는 것처럼, 모든 일이 순조롭게 척척 풀려나간다. 공중에 붕붕 뜨는 기분은 감출 수 없다.

조금은 부끄러운 얘기를 용기를 내 덧붙여 보겠다. 몽골 여행에 54명이 함께 하기로 한 단톡방 공지문에 단연코 눈에 띄는 건 여행 가방에 소주를 챙겨 넣으라는 거였다. 그래서 페트병에 담긴 소주를 아내에게 사 오라 했더니 다른 짐도 벅찬데 무슨 놈의 소주냐며 강력한 반대다. 목마른 놈이 샘 판다고 하질 않던가. 어쩔 수 없이 마트에 달려가 플라스틱 페트병에 담긴 4홉들이 세 병을 사 왔다. 배낭만 가지고는 안 된다며 여행 가방도 따로 챙겨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끝내 노발대발하는 아내 주장을 꺾고 배낭만 메고 가면 된다고 내세운다. 그런데 이미 뱃속은 만원이라며 끝내 입 벌려 주기를 거부하는 바람에 두 병만 겨우 밀어 넣었다.

내 나이 70이 넘도록 해외여행을 해보지 않았던 터라 수화물로 붙여야 했었는데 그만 깜박하고 말았던 거다. 배낭을 양어깨에 메고 통과하는데 검열대에 벗어 놓으란다. 수화물로 부칠 걸, 하며 걱정이 앞선다. 아니나 다를까. 가방 속에 소주 두 병이 들어있다며 공항검색대 직원이 꺼내놓고 가라질 않는가. 정말이지 앞 못 보는 도인이 천 리 밖에 사물을 꿰뚫듯 정확히 찍어내는데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저녁 9시가 넘자, 우리를 인솔하는 정철상 여행사 대표와 이달균 경남 문인협회 회장을 비롯한 회원 모두가 출국 심사를 다 마쳤다. 드디어 김해공항에서 몽골을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220여 좌석이 만석으로 빈자리가 없다. 코로나라는 난봉꾼이 설칠 때는 여객실을 텅텅 비운 채로 운항했었다고 들었다. 물론 6월과 7월이 몽골 여행에 성수기라는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 압박에 벗어났기 때문인 것 같다. 그동안 적자운영이던 에어부산이 흑자로 돌아서겠다는 생각에 미친다.

이윽고 몽골을 향해 이륙을 시도할 때부터 밖을 내다보는 시선은 멈추지 않았다. 정상궤도에 오르면서는 배가 부를 대로 부른 둥근 5월 보름달 영향인지 모른다. 암흑 속에서도 날개가 눈에 들어오고 끄트머리에선 불빛이 반짝거린다. 제주도 여행할 때는 비행기를 타면서 아래 펼쳐지는 풍경을 내려다보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 이번 몽골 여행에 창가 쪽 좌석을 부탁해 배정받은 것은 이런 이유다. 그러나 야간비행이라는 건 염두에 두지 않았으니 아래 풍경은 구경하지 못하고 말았다. 행여나 하늘에 별 무리가 보이지 않을까 싶어 살펴봤지만, 시야는 적막강산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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