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연의 지식재산나들이-생각에 대한 생각
주재연의 지식재산나들이-생각에 대한 생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20 15:4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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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연/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교수
주재연/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교수-생각에 대한 생각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이런 말들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철학자들은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라는 점에 벌써부터 주목을 했습니다. 법률가나 경제학자들은 어떠했을까요? 과거 법률가들은 ‘생각(아이디어)’에 대한 재산권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농경사회나 수공업 사회에서는 아이디어가 부를 창출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대량생산체계로 산업의 형태가 바뀌면서 아이디어는 제품이 되고 나아가 부를 낳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좋은 아이디어는 경쟁자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모방되기 일쑤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생각’은 단지 인간의 본성의 탐구 대상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생각’, ‘아이디어’는 법과 제도적인 문제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지식재산보호 제도의 탄생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날개 없는 선풍기를 최근 구매했다고 하면, 구매자는 구매한 선풍기의 소유권자입니다. 선풍기를 사무실에 갖다 놓고 쓸 수도 있고, 옆 동료에게 빌려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선풍기의 기술적인 특징 등을 똑같게 하여 만들어서 팔 수 있을까요? 날개가 없어도 바람을 일으키는 기술적 발명에 대한 특허권이 있다면 불가능합니다. 해당 발명의 제품을 다른 사람은 만들지 못하고 특허권자인 나만 만들어 팔 수 있다는 ‘독점’은 시장에서는 매우 강력한 경쟁력을 가져옵니다. 지식재산보호 제도 활용의 중요성입니다.

필자는 과거 지식재산을 어떻게 하면 잘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하여 주로 고민을 해왔습니다. 발명을 권리화하는 문제나, 특허 분쟁에서 이기는 방법에 대하여 주력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이디어 자체 혹은 발명 방법론에 대하여도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 자체가 풍부한 사회에서 지식재산제도가 더 활짝 꽃피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기업에게 혹은 개인에게도 점점 더 창의적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도를 잘 이해하도록 하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에도 6000가지의 생각을 의시적 혹은 무의시적으로 한다지만, 정작 ‘발명을 해보자’ 하면 막막한 것이 사실입니다. 발명 기법에 대한 방법론으로 많이 소개되는 것이 TRIZ 기법입니다. TRIZ는 러시아의 알트슐러가 전세계 200만 건 이상의 특허를 분석하여 문제해결의 공통점을 추출하여 방법론으로 체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기법, 개념, 프로세스 등의 트리즈 기법 중에서도 ‘모순을 해결하는 40가지 발명원리’는 발명을 할 때 생각을 발전시키는데 훌륭한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발명을 하는 방법 중에서, 특허 검색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거인의 어깨에 서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그것을 토대로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특허청에서 제공하는 검색 시스템인 ‘키프리스’에서 우리는 손쉽게 그간 인류가 고민하고 해결했던 여러 발명 문제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발명은 주어져 있는 과거 기술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발전적 사고이고, 문제에 매몰되지 않고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도전적 사고이기에 필자는 법률적 보호 문제의 영역 뿐 아니라 발명 아이디어 자체에 대한 탐구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특허 관련 일을 하면서, 매우 전문적인 기술 분야의 발명에서부터 일상 생활의 작은 아이디어까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만난다는 것은 매우 설레고 기쁜 일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서랍 속의 티백을 하나 꺼내 차를 우려냅니다. 그러고 보니, 차 잎을 걸러내는 도구가 없는 사무실에서는, 티백은 차를 편하게 마실 수 있게 한 고맙고 기특한 발명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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