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담/한국디카시학 주간·시인
박우담/한국디카시학 주간·시인- 도심 속의 섬바람소리 고층아파트 골 사이로 흐르고 문짝은 심심한 심사 지 맘대로 열렸다 닫혔다 손잡이 당겨 제자리 꼭 눌러 앉히는데 어디서 왔는지 자꾸 종알거려 알아듣지 못하는 귀 손가락으로 후비고 아이들 소리에 건너 사찰 난간에 청사초롱 달린다 하늘은 말간 얼굴로 피뢰침에 구름 한 자락 걸쳐놓고 저 초롱 어디로 달리나 보자 물살 거스르는 숭어 떼가 지나간다 청색 지느러미 저러다 잡히지 바람 부는 날 창 너머로
(유담의 ‘혼자 집에 있는 날’)
아침저녁으로 가을이 바짝 다가오는 걸 느끼겠다. 지난주 욕지도에서 휴식하고 왔다. 산양면 삼덕항으로 오가다가 차창으로 바라본 통영 바다는 호기심을 유발했다. 이처럼 섬을 바라보면 평온함과 평정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 통영 앞바다는 가볼 만한 곳이 많아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다. 경남 진주역에서 서울 강남구 수서역을 운행하는 수서행 고속열차(SRT)가 9월 1일 개통된다. 기차 여행은 창문을 통해 지나가는 풍경을 구경하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도시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앞으로 지리산권 및 남해안 관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집’은 개인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다. ‘집’은 우리의 삶의 일부분으로서 개인적인 취향, 가치관,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다. 집은 자아를 발전시킬 수 있고, 내적인 생각과 감정을 탐색하고 표현할 수 있는 곳이다. ‘바람’이 세게 불면 ‘문짝’이 꽝 닫히는 ‘소리’에 놀란다. 시인은 태풍이 지나간 바다를 보면서 시적 자극을 받는다. ‘바람’은 파도와 같이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유담은 시 ‘동짓달’에서 /나이는 무거워지고/ 바람은 가벼워지는가/라고 말한다. 가만히 ‘바람 소리’를 들어보면 별의별 소리 다 들린다. 속삭이는 소리, 나무라는 소리, 갑자기 괴성이 들린다. ‘고층아파트 골 사이로’ 통과한 바람은 ‘혼자 집에 있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세상에는 늘 새로운 일이 생기고, 그 일에 따른 시비는 끝이 없다. 그럴 때 하늘을 보면 하늘에 있는 구름도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아이들 소리’가 바람이 되어 파도를 일으킨다. 나비 효과일까. ‘건너 사찰 난간에 청사초롱 달린다’고 말한다. ‘하늘은 말간 얼굴로 피뢰침에 구름 한 자락 걸쳐놓고’ 어디로 달려갔을까. ‘구름’은 때론 연인 같기도 하고 때론 친구 같기도 하다. 화자는 바다가 보이는 ‘창 너머로’ 사색에 잠겨 섬을 생각하다가 아니면 맑은 물속에 헤엄치는 ‘숭어 떼’를 바라본다.
‘혼자 집에 있는 날’은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 자기 계발은 물론 창조적인 활동이나 취미를 즐길 기회이다. 집은 안전과 편안함을 느끼게 하지만, 여건에 따라 외로움과 사회적 연결의 부재에 직면할 수 있다.
‘고층아파트’는 도심 속의 섬이다. 시선의 그물에 갇힌 듯, 어느새 섬은 저만치 가 있지 않은가. 사람은 가끔 혼자서 제 도량이나 능력으로 자기를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진주역-수서행 고속열차(SRT) 개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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