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다른눈으로 세상읽기-인권, 인권이 인권을 말살하고 있다
김성진의 다른눈으로 세상읽기-인권, 인권이 인권을 말살하고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23 16:08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
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인권, 인권이 인권을 말살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뉴스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가 ‘인권’이지 싶다. 인권이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말한다. 세계 인권 선언에서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고 했다.

얼마 전 발생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서울 신림역과 성남 서현역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을 접하면서 집단에 따라 인권이 상충할 때 어떤 인권이 더 보편적인 정의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학생 인권과 교권을 모두 보호하기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교육부에서는 ‘교권침해 학생생활기록부 기재’를 검토하고 나섰다. 쉽진 않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학생인권조례’를 만든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또 다른 법률 분쟁을 만들 우려가 있다고 서울시장이나 교육부의 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오늘날 교권이 땅에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개인적 생각이지만, 출산율 감소와 문명의 급격한 발전으로 개인주의와 이기심이 커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자녀가 한두 명인 가정에서 부모의 과잉보호는 자녀를 개인적 성향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도 자식이 주는 행복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편안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내가 행복하게 사회가 항상 미리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부모 세대가 우리를 위해 희생해 왔듯, 지금의 젊은 부모들도 후세대를 위해 희생은 할 수 없는 것일까. 자식이 주는 기쁨이 눈앞의 육아보다 더 클 수도 있다는 것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묻지마 흉기난동’에 한 경찰관이 “칼부림 사건, 국민은 알아서 각자도생하세요”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경찰로서 무책임한 말 같지만, 이 말은 지난 정권이 만든 ‘경찰물리력 행사규정’에 대한 불만의 글이었다. 타인의 인권을 말살한 사형수들의 사형 집행 중지, 범죄자 신상 공개 금지, 경찰의 무기사용 제한, 한술 더해 ‘경찰물리력 행사 규정’이라니, 악랄한 범죄자의 인권이 국민을 지키는 경찰의 인권보다 중요한지 묻는 것이다.

얼마 전 한 경찰관이 쓴 ‘경찰관 속으로’라는 책의 내용을 보면, 조직폭력배들의 싸움에 출동하여 다쳤지만, 공무집행방해로 폭력배를 조사조차 하지 못한 동기, 주취자가 휘두른 팔꿈치에 안면이 함몰된 동료, 자신에게 침을 뱉은 범죄자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선배, 술에 취한 대학생들이 달려와 순찰차를 발로 차고 욕을 해도 차를 몰고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던 후배, 그렇게 경찰은 인권을 빼앗기며 산다고 했다.

심지어 특정 국회의원과 그 지지자는 경찰을 견찰이나 미친개라며 언어폭력을 일삼는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은 현장 대응 중 민·형사상 소송이 걸릴 경우 사실상 혼자 소송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경찰 활동을 위해 면책이 폭넓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경찰이 공무수행 중 범죄자에게 위해가 발생해도 경찰이 유죄 판결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총기를 사용해 인명 살상이 발생할 경우에도 유죄 판결은 0.3%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학생의 삐뚤어진 성격과 기상이변 사고까지 교사나 경찰에게 책임을 묻는다. 생각해 보면 학생의 인성은 가정교육이 먼저이고, 범죄에 대한 대책은 법을 만드는 의원님들이 먼저 아닌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박봉에도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는 경찰관 아들, 교사인 조카의 축 늘어진 어깨가 안쓰럽기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