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세대가 안심할 수 있는 제도를 꿈꾸며
기고-미래세대가 안심할 수 있는 제도를 꿈꾸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24 15:5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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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국민연금공단 진주지사
정재훈/국민연금공단 진주지사-미래세대가 안심할 수 있는 제도를 꿈꾸며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경계’로 완화된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그간 안부로만 전했던 지인들과 회포를 풀면서 보통은 어릴 적 추억담으로 대화를 시작하지만, 이야기 후반으로 가면 어느새 주제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바뀐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과 자녀 양육비의 부담을 덜고자 국내외 주식, 펀드, 채권 등 자신만의 재테크 방법을 말하곤 한다. 그러다 한 지인이 농담처럼 나에게 질문을 하나 던진다. “국민연금, 우리도 받을 수 있는 거지?”

지난해 국민연금 가입자가 2250만 명, 수급자가 667만 명을 넘어서며 국민연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제도를 잘 아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기에 막연한 불안감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편이 씁쓸해졌다.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받는 오해는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못 받는다는 주장이다. 1889년 최초의 공적 연금제도가 독일에서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공적연금을 실시하는 170여 개국 중 연금 지급이 중단된 사례는 없다. 심지어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도 연금은 중단없이 지급되고 있다. 이는 공적연금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자, 법률에 의해서 보장된 권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금의 소진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가 존재하는 한 연금은 반드시 지급된다.

다음으로 열심히 납부해도 받는 연금액이 너무 적다는 것인데, 이는 제도 초기에는 연금을 받기까지의 평균 가입 기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20년 이상 가입한 수급자 126만 명이 평균적으로 받는 노령연금액은 월 103만 원 정도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은 납부 기간이 길고, 납부 금액이 많을수록 증가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제도가 성숙함에 따라 평균 연금액도 점차 증액될 예정이다.

거기에 노후의 문제를 나 혼자 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근로소득자 중 개인연금 가입율은 12%에 불과하고, 20~30대의 절반은 아직 노후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OECD 노인빈곤율이 40.4%로 1위인 우리나라에서 노후는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고, 대표적인 공적 시스템 중 하나가 국민연금이다. 물론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준비에 충분하지 않으므로,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직업과 소득수준에 따라 다양한 연금제도를 함께 활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낮아지는 출산율과 길어지는 평균수명 등 환경에 맞춰 국민연금도 끊임없는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연금이 고갈되어도 지급이 보장된다고 설명했지만, 기금 소진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재정계산을 통해 제도의 진단 및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기금 소진을 늦추고 노후 소득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최선의 정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회와 정부에서 단순히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이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성공적인 연금개혁을 바란다. 직원이 아닌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미래세대가 안심할 수 있는 국민연금을 오늘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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