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몽골기행(2)
도민칼럼-몽골기행(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31 14:2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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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몽골기행(2)

앞과 뒤 옆자리 승객들은 이미 잠에 곯아떨어졌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창밖만 살핀다. 분명 덩치 큰 나라 중국영공을 날고 있을 테다. 이따금 저 멀리 아래로 불빛들이 함께 모여 친목계 모임을 하는지 아니면 좌담회를 하는지 반짝거린다.

사천 공항서 제주도를 몇 번 드나들 때는 이륙과 착륙 과정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짧은 거리지만 음료나 커피를 제공해 주었는데 에어부산은 이런 서비스가 전혀 없다. 돈을 내고 사 먹으라는 거다. 좁은 비행기 안이 만석 영향인지 얇은 반소매 차림인데도 덥다. 탑승한 지 3시간이 넘자 소변을 받아 모으는 저장 창고에서는 만수위에 이르렀다며 신호를 보낸다. 조금만 참으면 비워 주겠다며 달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끈질기게 신호를 보낸다. 창 쪽에 앉았던 나로선 잠들어 있는 옆 사람들을 깨울 용기가 나지 않는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뇨통(尿桶)을 비우러 가길 바랐지만, 칭기즈칸 공항에 이르도록 나의 바람을 무산시키고 만다.

공항에 내리니 제법 쌀쌀하다. 입국 심사를 진행하는 동안 차례를 기다리면서 주변을 살핀다. 서성이는 남녀 보안경찰이 배가 나온 뚱뚱한 사장님 타입이다. 아, 몽골사람들은 다 이런 모습인가 싶도록 첫인상으로 다가온다.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면서도 계속해 화장실을 찾기 위해 눈을 두리번거린다. 그 나라 경제와 국민의 문화 수준을 알고 싶으면 공중화장실을 가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다. 드디어 입국 절차를 마쳤다. 곧장 달려가 급했던 볼일을 시원하게 해결했다. 손을 씻으려고 수도꼭지에 손을 모아 댄다. 아뿔싸 120살 먹은 노인의 소변 줄기처럼 몇 방울씩 떨어지기를 되풀이하더니 멈춰버린다. 물 부족 국가임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우리나라처럼 손을 씻은 후 닦는 휴지는 없었으나 물비누도 있고 비교적 깨끗해 위안받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니 7월 1일로 한국과 몽골 현지 시각이 나란히 표시된다. 우리나라보다 한 시간 늦은, 아직 새벽 1시 20분에 머물러 있다. 아내에게 몽골에 도착했다고 전화를 해 줄까 망설이다가 시간이 시간인지라 그만두기로 했다.

정철상 대표에게서 이미 들었던 대로다. 경남 문인협회 회원들을 인도할 현지인 ‘유나’라는 여자 가이드는 한국어가 유창하다. 진주 인근 지역회원과 마산 창원 등 경남 각지에서 모인 문학인들 54명이 모두 눈이 초롱초롱하다. 1호 차에 27명, 2호 차에 28명이라며 일일이 호명해 분산시켜 태운다. 공항에서 30분 거리인 울란바토르 시내 이비스 호텔 28개 방에 각자 분산해 짐을 풀었다.

공항 화장실과는 달리 우리가 묵는 909호는 물은 철철 나오는 편이라 샤워하는 데는 별로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뒤처리하고 난 휴지를 변기 옆에 통에다 모으는 것이 우리와 달랐다. 이는 공항에 화장실도 그렇고, 가는데 마다 같은 풍경이다. 곧바로 휴지통을 처리하지 않으면 냄새가 풍기는 건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엔 장급여관을 가도 컴퓨터가 갖춰져 있다. 그러나 몽골엔 호텔이나 게르 호텔이 모두 컴퓨터가 없으니 불편하다.

룸메이트만 아니라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같은 자리에 앉고 4박 6일을 그림자처럼 같이 해야 할 나보단 대선배인 h 시인이시다. 같은 짝이다 보니 정감이 더 간다. 혹부리영감님의 턱에 달린 혹 주머니를 연상케 한다. 해도 해도 얘깃거리가 쉬지 않고 풀려나오듯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도란도란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한국 시각으로는 새벽 네 시인 세시가 훨씬 넘어서야 잠든 것 같다. 나도 몰래 잠들었나 보다. 아침에 눈을 뜬 건, YTN 한국방송이 우리나라에서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나온다면서 혼잣말을 해대는 h 시인 때문이다. 머리털 나고는 처음 이역만리 이국서 맞는 아침이다. 호텔서 제공한 아침 식사는 소와 양고기 종류가 주를 이룬다. 몽골인 식성과 요리 법이 우리와는 달라 입맛에 맞지 않을 거라는 우려와는 달리 워낙 고기를 좋아하는 나로선 만족스럽다.

본격적인 몽골 탐방에 나서기 위해 호텔서 체크아웃했다. 대기 중인 1호 차로 거의 다 갔다. 여직원이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앞을 가로막는다. 불현듯 제주도 여행하면서 있었던 20년 전에 일이 떠올려진다. 손님에게 제공하는 거로 알고 호텔 방 냉장고에 맥주를 꺼내 마셨었다. 로비를 나오는데 맥줏값을 내지 않았다며 값을 요구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묵었던 이스비 호텔 방 냉장고에는 술 같은 음료는 들어있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싶어 전광석화 같은 시간에 머리를 돌려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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