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다른 눈으로 세상 읽기-적성에 맞지 않는 일
김성진의 다른 눈으로 세상 읽기-적성에 맞지 않는 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9.06 16:01
  • 1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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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
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적성에 맞지 않는 일

“어떻게 하면 소신대로 일할 수 있을까, 퇴사해서 다른 길을 찾으면 될까. 이렇게 억지로 버티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떠난다. 새로운 나의 이야기를 찾아서, 약간의 걱정은 안고 있지만, 무조건 타인의 뜻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생이 아니라 내 인생을 찾기 위해서 나는 사직서를 던진다.”

벌써 15년이 지난 일이다. 20년 가까이 다닌 직장을 그만두면서 일기장에 퇴사의 변을 그렇게 적었다. 필자가 다닌 직장은 특정 군부대 출신만이 승진이 보장되고 업무능력도 인정받는 황당한 곳이었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그런 상사들을 존경하고 싶지 않았다. 능력이나 실적보다 출신이 중요한 것을 알고부터 최선을 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직장에서 상사가 존경스럽지 않다고 해서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무능력이다. 필자는 그렇게 스스로 무능력자가 되었다.

이루고 싶은 목표도 없고, 무엇보다 회사가 내게 바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계속 몸을 담고 있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 밖으로 퇴사하겠다는 말을 뱉은 후부터는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대상자는 아니었지만, 명예퇴직을 모집 중이었던 시기여서 사직서를 제출하기가 무섭게 마치 기다린 것처럼 바로 처리되었다. 사직을 신청한 사람은 나인데, 사직을 당한 느낌이 드는 꺼림칙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쉬운 게 퇴사였구나, 그동안 혼자 마음고생하고 미련하게 참은 게 억울하고 공허했다.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그렇게 백수가 되었다. 그 후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기 위해 이리저리 시장조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낯선 전화 한 통이 왔다. 다녔던 회사의 협력 업체였다. 스카우트 제의였다. 잠시 솔깃했지만, 곧바로 거절했다. 모든 직장이 그렇진 않겠지만, 직장이란 소신과 주관이 완전 배제되는 곳이라 생각했기에 더 이상 직장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았다.

모래로 만든 성은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다. 인맥으로 밀고 당기던 전 직장은 필자가 퇴사하자마자 급격히 무너져갔다. 비리와 부정이 밝혀지면서 그 무리는 전멸하고 대기업에 버금갔던 그곳은 지금은 겨우 존립만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회사든지 직원 이직률이 높을 경우 형식적이나마 그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한다. 문제는 조사의 신뢰성이 중요하다. 한 대기업 인사 부서에서 퇴사 일 년이 지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조사했더니 사직서에 기록된 이유와 실제 이유가 대부분 일치하지 않더라고 한다. 사직서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개인 사정, 건강 등 형식적으로 적는다고 한다. 퇴사하는 마당에 진짜 이유를 적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나가는 사람에게서 좋은 정보를 기대하지 않다보니 이유를 자세히 묻지 않는다. 결국 사직서의 통계로는 실제 어떤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는지 알 수 없어 전혀 의미가 없다.

그나마 솔직하게 적었다면 ‘적성에 맞지 않아서’라는 말이다. 나랑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 말에는 사실 숨은 뜻이 두 가지일 수 있다. 하나는 내가 잘한다고 생각한 것이 기준이 달라 잘하는 게 아니거나 두 번째는 잘하고 싶은데 권한을 주지 않아서이다. 두 경우 모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이다. 회사나 상사가 방향을 잘못 알려주었거나 잘 할 수 있는 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자율권이 없는 것을 자신과 적성이 맞지 않다고 말한다. 충분히 유능한 사람이고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인데, 제대로 일을 해 보지도 못한 채 무능력자로 취급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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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3-12-28 10:12:43
대학 정원을 줄이고 기술교육을 증대시켜라.
고등학교 졸업 정원의 30%정도만 대학에 들어가도 국가적으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고 이중의 20%는 이공계를 전공하여 국가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머지 70%정도에서 40%는 기술직 노동자, 그리고 나머지 30%는 행정 사무와 노동 그리고 예체능에 종사하는 인구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타고난 적성과 능력 여하에 따라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며 참다운 민주사회라면 직업에 차별 없이 누구나 공평한 대우를 받아야 하기에 정부는 이러한 면에 신경 써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 진학에 있어서 수능이 힘들다고 하여 전체를 대상으로 수능의 수준을 저하하는 것은 국민 수준을 저하하는 교육 행정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