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몽골 기행(3)
도민칼럼-몽골 기행(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9.14 14:3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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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몽골 기행(3)

예쁘장한 몽골 아가씨가 의아해하는 나에게 안경을 불쑥 내민다. 그 짧은 시간인데도 909호에 묵었던 손님이라고 인지했던 모양이다. 갈색 뿔테 모양의 안경을 쓴 내 인상착의를 어떻게 인지했단 말인가. 여직원에게 2달러를 건네주면서 감사를 표했더니 고맙다며 연신 머리를 조아린다. 죽으나 사나 4박 6일을 함께 하기로 했던 짝지인 h 시인 선배님이 본인인 나보다 더 의아해한다. 어떻게 안경 주인을 알아내느냐는 거다. 개가 알 낳을 일이다며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1호 차에 오르고 나서도 몇 번이나 너스레를 떨며 되풀이한다. 휴대전화 충전기까지 꼼꼼히 챙긴다고 챙겼는데도 이놈의 설레발과 건망증이 합동으로 발동해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거다.

이제부턴 몽골에서의 두 번째 날 일정인 엘승타사르하이 지역 탐방이다.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280km 떨어진 모래사막이란다. 장엄한 역사를 이루기 위해 무구한 세월을 쉬지 않고 끈질기게 쌓아 올렸을 테다. 사방 80km나 되는 광대한 면적에 모으고 쌓아 올린 야트막한 모래 산이 펼쳐진다는 얘기다. 사막 모래 위서 썰매 타기와 낙타 타기 체험장에는 4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거리다. 일정을 마치고는 게르 호텔에 묵는 것이 오늘 주요 일정이란다.

1, 2호 차에 나눠 분승한 경남 문인협회 회원들의 표정은 기대에 부푼 모습들이다. 우리가 묵었던 이바스호텔은 울란바토르 변두리 지역에 자리 잡은 곳이다. 공항에서 30분가량을 벌판을 달려 도착했으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어젯밤과는 달리 하늘 높이 솟은 빌딩이 곳곳에 눈에 보인다. 몽골은 우리나라보다 7배나 넓은 광대한 면적에 인구는 고작 340만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절반 가까이가 모여 산다는 가이드 유나씨 설명이다.

내가 알기론 초등학교 다니던 때는 몽골이라 부르지 않고 몽고로 칭하며 공부했었다. 그런데 중국에 의해 몽골 역사를 왜곡 당했으며 몽고라고 불렀다는 거다. 이제는 몽골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한국어가 유창한 가이드 유나씨가 현대사를 늘어놓는다. 우리가 일본에 압박과 설움을 받았듯, 오랫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다가 1921년 독립선언을 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1924년 사회주의 ‘몽골인민공화국’을 건립했다는 거다. 자연스럽게 60여 년 이상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된 것과 동시에 몽골에 민주화운동 바람이 불었단다. 드디어 1992년에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었고, 이때부터 몽고가 아닌 몽골(Mongolia)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유나씨의 설명을 들으면서 h 시인과 나는 차창 밖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거리 풍경은 20년 전에 진주지역 도동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 들어올 때와는 다르다. 평일이 아닌 주말 오전인데도 도로가 만원이다. 몇 걸음 떼다가 멈추어 서길 반복하는 엉금엉금 기는 두꺼비 모양이다. 거리가 온통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회사에서 태어난 몸집 작은 소형승용차들뿐이다. 양방향 도로를 가득 메꾸고는 우리가 가는 길을 가로막는다. 도로 위뿐 아니라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하얀색 일본산 도요타 승용차가 여지없이 차지하고 있질 않은가. 현대자동차 마크를 꽁무니에 붙인 건 가물에 콩 나듯 할 뿐이다. 도쿄에 굴러다니는 소형승용차는 울란바토르에 모조리 옮겨 온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한참을 넋두리처럼 구시렁거리던 h 시인이 마침내 유나씨를 부른다. 왜, 거리에 한국산 차는 보이질 않고 온통 도요타뿐이냐고 항의하듯 묻는다. 앞에 보인 것들도, 옆 차선에 보이는 건 전부 다 도요타란 마크를 꽁무니에 붙였다는 거다. 연식이 십 년이 넘은 차들은 우리는 대부분 폐차했지 않은가. 그런데 몽골에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란다.

2천년대 들어서면서부터 한국산 중고차를 마구잡이로 사들였다는 거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폐차 직전의 자동차가 제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겠는가말이다. 고장이 잦으니 이에 실망한 사람들이 한국산 자동차는 정나미가 떨어진 거란다. 이 틈을 일본서 재빨리 파고들었다는 가이드 설명이다. 한국산 자동차는 아무짝에도 쓰지 못한다며 몽골인들이 인정해버렸다는 거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을 죽을힘을 다해 건져 주었더니 떠내려가는 보따리는 왜, 그대로 두었냐며 항의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1t 포터 화물차와 중대형 화물차를 망라해 소 중대형 버스는 모두 현대자동차 마크가 붙어 있질 않은가. 시내를 운행하는 시내버스마저 모두 한국산인 걸 확인하고서야 뿌듯한 맘 감출 수 없다. 그런가 하면 군데군데 KOREA라는 한국어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호텔처럼 큰 건물이나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에 어김없이 CU와 GS25 편의점이 자리 잡았다. 오랫동안 눈에 익었던 간판들이 내 맘을 기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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